서울아트마켓 연극, 무용, 음악, 복합 4개 장르서 13개 작품 선정

2010 팸스 초이스 선정작 극단여행자 '페르귄트'
많은 공연예술 단체들이 해외 진출을 꿈꾼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까지 고달픈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보장도, 성과도 없다.

공연은 완성했다 하더라도 해외 관객들의 구미에 맞는지, 해외 공연 관계자를 어떻게 만나고, 설득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꾸준한 정보 수집은 한 단체가 감당하기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 성공사례로 여전히 <난타>와 <점프> 등이 거론되는 것만 보아도 해외 공연시장이 만만치 않음을 반증한다.

이들 단체를 돕기 위해 6년 전에 생겨난 곳이 '공연 견본시', 서울아트마켓이다. 공연예술의 유통과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서울아트마켓은 매년 심사를 거쳐 집중적으로 지원할 우수 작품, '팸스 초이스'를 선정한다.

본격적으로 장터가 열리는 때는 가을이지만, 4월 공모를 통해 최근 '팸스 초이스' 선정작을 발표했다. 총 112개의 지원 작품 중에 연극, 무용, 음악, 복합 등 4개 장르에서 13작품이 선정됐다.

2010 팸스 초이스 선정작 LG아트센터 '제7의 인간'
연극 2작품, 무용 4작품, 음악 4작품, 그리고 복합장르가 3작품이다. 예년에 비해 연극이 줄고 복합장르가 늘었다.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지만, 그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이 '팸스 초이스'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해외 관객들에게 전달이 쉽고, 해외에 작으나마 인지도가 있는 공연을 위주로 '안전한 선택'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팸스 초이스'가 다소 달라졌다. 공연자들이 한층 젊어졌고 해외에 한 번도 진출한 적 없는 단체도 포함되어 있다. 국내에서 인정받은 젊은 공연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한국적인 것에 무게 중심을 싣지도 않았다. 세계적으로 장르의 이종교배가 활발해지고 있는 흐름을 반영한 듯, 복합장르의 작품도 지난해보다 늘었다.

극단 여행자의 <페르귄트>와 극단 툴의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연극부문의 선정작이다. 두 작품은 각각 헨리 입센의 극시와 서양의 동화 등 해외의 텍스트를 기반으로 삼고 있지만 한국적인 감성과 시각으로 풀어낸다는 점이 강점이다.

지난해 초연한 <페르귄트>는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대상을 비롯해 3개 부문을 휩쓸었다. 또한 극단 여행자는 셰익스피어 원작의 <한여름 밤의 꿈>으로, 한국 최초로 런던 바비칸센터 무대에 선 경험도 가지고 있다. 국내 무대에서 장기 공연해온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최근 라이선스 공연으로 대만에 진출했다.

무용은 기본적으로 현대무용이 주를 이룬다. 박순호 댄스 프로젝트의 <패턴과 변수>, 이인수 댄스 프로젝트의 <현대식 감정>, <제7의 인간>(정영두 안무), 김재덕 프로젝트의 <다크니스 품바> 등이다. 해외 공연이 잦은 무용의 경우 독창적인 작품 위주로 선발했다는 것이 서울아트마켓 측의 설명이다.

2010 팸스 초이스 선정작 '거문고 Metamorphosis하라!'
<패턴과 변수>는 유도 기술을 무용이라는 신체 언어로 표현한 점이 독특하다. 올해 초연한 <제7의 인간>은 이주 노동자의 삶을 중심으로, 거대 권력의 강요 속에 살아가는 군상을 표현하고 있다. 다소 철학적인 주제는 치밀하게 계산된 안무로 국내 무대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품바를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한 <다크니스 품바>의 김재덕은 스물여섯 살의 젊은 안무가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프리재즈부터 넌버벌 퍼포먼스까지 '팸스 초이스'의 음악 부문엔 다양한 소리가 담겼다. 프리재즈를 해오던 미연&박재천 듀오의 <조상이 남긴 꿈>, 토리앙상블의 <토리, 소리, 놀이>, 청배연희단의 <넌버벌 퍼포먼스 원[w∧n]>, 거문고팩토리의 <거문고 Metamorphosis하라!> 등이다.

드럼세트와 전통악기를 혼합한 타악기를 연주하는 박재천과 재즈 피아니스트 미연은 이미 정기적인 일본 투어를 비롯해 독일의 재즈 어헤드, 미국 워싱턴 등에서 공연을 해온 베테랑들이다. 거문고 팩토리는 가야금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악기 거문고의 변신시킨 장본인들이다. 한 번도 해외 무대에 선 적은 없지만 거문고의 세계화를 위해 미니 거문고, 실로폰 거문고, 첼로 거문고, 전자 거문고 등을 만들어 꾸준히 국내 무대에 서 왔다.

사운드-비주얼 장르의 최전선으로 불리는 태싯그룹의 , 굴삭기라는 오브제를 통해 성(性)에 접근하는 정금형의 <유압진동기>, 1930년대에 유행하던 만요(漫謠)를 소재로 한 음악극 <천변살롱> 등이 복합장르의 선정 작품이다. 실험적이면서도 동시에 국내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공연들이다. 올해의 서울아트마켓에서 세계 공연 관계자들에게 얼마나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지 눈여겨 볼 일이다.

오는 10월 11일부터 15일까지,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서울아트마켓에서는 '팸스 초이스' 선정작의 공연 쇼케이스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국내 공연을 자유롭게 소개하는 부스전시, 학술행사,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외 공연예술의 교류의 장을 펼친다. 특히, 올해는 '노르딕 주간'을 마련해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의 공연작품과 문화를 깊이 있게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2010 팸스 초이스 선정작 'Tacit Perform[0]'
팸스 초이스의 6년간의 성과

2006년 이래로 서울아트마켓의 팸스 초이스로 선정된 작품은 91편이다. 이들은 세계 47개국에서 300여 회의 공연을 해왔다. 그 중 2006년 선정된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은 에든버러 프린지, 런던마임축제, 미국 APAP Under the Radar 등에 진출해 호평을 받았다. 2006년과 2008년 선정된 뛰다의 <하륵이야기>와 <노래하듯이 햄릿>은 시즈오카 스프링 페스티벌, 호주 아들레이드 페스티벌센터 등에서 공연을 가졌다. 타악그룹 공명은 2005년과 2007년 선정되어 호주 멜버른 페스티벌, 영국 8개 도시투어, 유럽 월드뮤직 페스티벌 투어를 펼친 바 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