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1 vintage'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성남훈 작가의 개인전.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이, 그의 초기작이자 대표작인 1990년대 <루마니아 집시> 시리즈 대표작들과 2000년대 루마니아,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을 다니며 작업한 새로운 신작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집시의 기원을 9세기경으로 어림하니, 이들 소수 인종의 뿌리는 깊디 깊다. 그러나 그들은 땅이 아니라 바람에 뿌리를 내렸다. 바람 위에 집을 짓고, 바람 안에서 일가를 이루었기에, 집을 짓고 일가를 이루었어도 끊임없이 떠돈다.

여기까지가 자발적 선택으로서의 자유, '떠도는 삶'으로서 낭만적인 옛 집시 이야기라면, 오늘날의 집시들은 '떠밀린 삶'으로서 거부당하고 차별받는 소수 인종을 대표한다.

유럽연합 25개국에서 모슬렘이나 아시아계보다 더 극심한 차별을 받는 소수 인종 혹은 이주민 집단이 집시인 것이다. 전 세계 집시들의 절반 가까운 수가 유럽에 거주하는데, 거개가 극우파의 폭력에 시달리거나 주거, 고용, 교육 등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권역에서 박해와 차별을 받고 있다.

1989년 동구권의 이념 붕괴로 자유를 찾아서 프랑스로 건너 간 루마니아 집시들에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것이 떠도는 삶이든, 떠밀린 삶이든-비록 바람일지라도 뿌리를 내린 줄기에서는 꽃이 핀다. 그 꽃은 노래이거나 악기의 선율, 춤이기도 하고 때론 인간의 얼굴에서 피었다 산화하는 미소이기도 하다. 6월1일부터 6월20일까지. 02) 720-201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