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규, 'erehwon#3'
김선두, 강석문, 백진숙, 이구용, 이길우, 이동환, 임만혁, 임태규, 장현주 등 작가 9명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로 오늘날 현대예술에서 '장지(壯紙)'의 표현매체로서의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장지가 겪어온 쇠락의 세월은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모든 전통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걸어온 세월의 모습과 같다. 전통적 사유가 배어있는 도구로서 장지에는 삶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가치관과 의식이 투영되어 있다.

장지는 시간 속에서 표현을 성숙시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오랜 시간 발효가 되어야 제 맛을 낼 수 있는 된장처럼 장지기법 또한 인내와 시간이라는 노력이 들어가지 않으면 그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 전시는 장지의 소환 그 자체가 오늘날 삶에 대한 반성에서 기인하고 있으며, 자신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장지는 단지 대상화된 물질이 아니라 인문화된 도구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겹의 미학> 전은 전통적 가치관의 상실로부터 오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근대 자본주의적 세계관 속에서 나타나는 물질문명에 대한 회의, 인간 소외화 현상과 서구적 세계관의 반성이라는 거대 담론을 장지의 소환을 통하여 제기한다. 5월15일부터 6월15일까지. 인더박스 갤러리. 02) 540-2017

백진숙, 'untitled'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