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예술을 팝니다, 브랜드가 된 예술가들

<예술가 프로덕션>전
이동기, 낸시랭 등 12명의 작가 예술이 무엇인지 되물어
  • 사성비, 'B브랜드런칭 전', 2006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이 '공장(factory)'이라는 이름으로 작업실을 차린 후, 작품을 '생산'하는 일이 일종의 예술적 제스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상품화하는 것은 생계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모든 가치가 화폐가치로 환산되는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메커니즘을 빗대는 퍼포먼스이기도 했다.

오늘날 예술은 다양한 형식으로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단지 갤러리를 통해 매매되는 것을 넘어, 패션 상품과 결합되거나 가게 쇼윈도에 전시된다. 어떤 예술가는 스스로 가게를 차렸다. 창작부터 판매, 마케팅까지 생산-소비의 전 과정이 예술 작업에 파고들었다.

최근 패션 브랜드 커스텀멜로우는 미디어아티스트 정연두의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은 옷들을 판매했고, 화장품 브랜드 랑콤은 일본의 예술가 야요이 쿠사마에게 립글로스 용기 디자인을 맡겼다.

설치 작업을 하는 플라잉시티와 김홍석 작가가 각각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매장의 쇼윈도를 구성하는가 하면, 김남희 작가는 명동에 위치한 대형 안경 편집 매장의 아트 디렉터를 맡았다.

  • 이동기, 'Bubbles', 2008
이런 경계 넘기가 새로운 예술적 흐름인지, 자본주의에 대한 예술의 항복인지, 진지하게 해석해야 할 대상인지 혹은 단지 진화한 마케팅 전략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열거한 질문들을 촉발하며 예술이 무엇인지를 되묻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한 현상임은 분명하다.

상품이 된 예술, 대중과 가까이

지난 4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예술가 프로덕션 Artists' Production>은 오늘날 한국의 예술가 12명을 통해 그 의미를 생각해보는 전시다.

팝아티스트 이동기와 낸시랭은 가장 활발히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들. 이동기는 대표작인 아토마우스를 다양한 상품에 적용시켰다. 아토마우스는 일본과 미국의 만화 캐릭터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섞어 만든 캐릭터로 한국사회의 키치하고 혼종적인 대중문화를 상징한다.

낸시랭은 패션 브랜드 쌈지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출시한 적이 있다. 소녀의 얼굴을 하고 명품 가방을 든 건담 로봇, '터부 요기니'를 모티프로 만든 패션 상품들이었다.

  • 김현준, '종이상자', 2009
이들의 작업 주제가 예술의 상품화라면 반대로 소비문화의 예술화를 꾀하는 작가들도 있다. 사성비 작가는 전시장을 가상의 패션 브랜드 매장으로 꾸미는 작업을 선보였다. 브랜드 이름은 'B'다. 로고는 바닐라비, 발리, 부르주아 등 B로 시작하는 기존 브랜드의 로고를 모아 만들었고, 옷과 장신구들의 재료는 필름과 종이 등이다. 소비 욕망의 허위성을 풍자한 것이다. 김현준 작가 역시 종이상자로 명품 구두와 핸드백을 제작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대안 상품을 넘어 대안 시장으로

어떤 작가들은 시장 체제를 패러디하고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대안적 상품을 만들기도 한다. 디자인 공동체 노네임노샵은 개개인들이 서로 필요한 것을 교환할 수 있는 '00시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거래'된 상품은 헌 물건과 재활용품은 물론 생활의 지혜, 고장난 것을 고쳐주는 기술에까지 이른다. 참여자들의 상상력과 자발성을 토대로 열린 시장인 셈이다.

김기라 작가는 소비 문화의 전형들을 살짝 비튼 채로 작품 안에 차용한다. '코카콜라'라는 상품명을 '코카킬러'로 바꾼 네온사인을 전시하는 식이다. 이부록·안지미 작가는 사회적 발언을 담은 스티커와 놀이판, 책 등을 만든다.

스스로 브랜드가 된 작가들은 권위를 벗어 던지고 관객의 일상과 가까워지거나, 사고 파는 삶의 방식을 낯설게 하는 예술을 선보인다. 그리고 '소비자'인 우리의 참여를 부추긴다. 이중에서 어떤 '상품'을 선택할 것인가.

  • 낸시랭,'majic box', 2006
전시는 8월22일까지 열린다. 02-2124-8800.

  • 노네임노샵, 'shop project 01', 2007
  • 김기라, 'WE ARE THE ONE', 2009
  • 이부록 안지미, '스티커 프로젝트', 2010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19년 11월 제2803호
  • 이전 보기 배경
    • 2019년 11월 제2803호
    • 2019년 11월 제2802호
    • 2019년 11월 제2801호
    • 2019년 10월 제2800호
    • 2019년 10월 제2799호
    • 2019년 10월 제2798호
    • 2019년 10월 제2797호
    • 2019년 09월 제2796호
    • 2019년 09월 제2795호
    • 2019년 09월 제2794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암스테르담 ‘자전거’여행 암스테르담 ‘자전거’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