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 그룹시민들이 제안한 기상천외한 문구 통해 '디자인 서울' 숨겨진 진실 폭로

FF그룹의 마스코트인 해치맨
FF그룹의 프로젝트는 디자인서울의 숨겨진 진실을 폭로한다. 시민들이 제안한 문구들은 기상천외하다.

"서울이 서울랜드가 되었어요", "서울사람은 고향이 없어요. 디자인됐으니까요", "서울이 싫다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 서울이 진짜 좋아요" 등등은 주말마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광화문광장과 청계천을 메우는 사람들만이 서울 시민의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다.

삶으로부터 우러나온 이 문구들은 도시의 디자인 정책이 어떠해야 할지 일깨우는 죽비다. 동시에 시민이 이렇게나 창의적인 '인재'들임을 알려준다.

그런데 "시민 모두가 디자이너"라던 디자인서울 정책은 왜 이 무궁무진한 서울시민의 창의력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일까. 한 시민이 FF그룹의 카메라 앞에서 토로한다. "서울이 예뻐지는 만큼 내가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어요."

FF그룹은 얼마 전 서울시 디자인총괄본부 관계자의 호출을 받았다. 서울시 홍보 포스터에 스티커 붙이기는 공공시설물을 훼손하는 불법행위이므로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그 이후 이들은 새로운 합법적 방법을 고안해냈다. 디자인 거리 바닥을 닦아 문구를 '쓰는' 것이다. 서울시가 이를 지우려면 다시 더럽히는 수밖에 없으니 곤란한 지경이다.

FF그룹은 서울대 디자인 전공 학생들을 주축으로 취지에 공감하는 다양한 전공 학생들과 디자인 관련 종사자가 모인 팀이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이 좋아서 한다. 좋아서,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항의할 것은 항의하고 제안할 것은 제안하려고 한다. 이런 명랑하고 시끌벅적한 시민정신이야말로 서울시의 문화적 자산이 아닐까. 이들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후원하거나 반박하고 싶다면 www.ilikeseoul.org로 가면 된다.

지난 2일 <디자인올림픽에는 금메달이 없다> 전 오프닝에서 FF그룹을 만났다. 디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들은 "배려"와 "치밀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서울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다면.

20대가 바라보는 서울, 30대·40대·50대가 바라보는 서울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기억을 공유한다면 세대 차이가 적을 텐데 그러기엔 서울이 변화하는 속도가 너무 빨랐으니까. 예를 들면 50대 이상 어른들은 전쟁을 겪고 도시가 초토화되었다가 재건되는 모습을 보아서인지 근대건축물에 대한 애착이 20대보다 적었다.

프로젝트 취지가 시민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이지만, 그것도 시민 전체의 목소리는 아니지 않나. 디자인서울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으니까. 그 점에 대한 갈등은 없었나.

바뀐 서울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럴 땐 내가 딴죽을 위한 딴죽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고민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좀 더 가시화되는 것 같다.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프로젝트에 활발히 참여하는 이들만 봐도 그렇다. 우리 의견이 혹시 소수 의견인지는 몰라도, 또 우리만의 의견은 아니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모양으로 드러내보자, 고 생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시 연락해 왔나.

시민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하니 네트워킹을 유지하자고 했다. 얼마 전에 디자인서울 홈페이지에 시민들이 글을 쓸 수 있는 '디자인서울토론방'을 만들었다고 연락이 왔다. 그런 노력을 기초 단계에서부터 했어야 했다. 이제 와 토론방을 만들었다고 효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시민의 목소리가 시장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내부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FF그룹이 생각하는 서울다움은 무엇인가.

좁게는 각자가 좋아하는 특정 장소일 것이고, 넓게는 지금의 청계천, 광화문 광장도 결국 서울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을 만들어온 무지막지한 추진력과 그로 인한 논란이 있는 곳이니까. 서울은 우리와 애증관계다.(웃음)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