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松 10-1'
조각가 이길래는 동파이프를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 생성된 타원형 고리를 이어 붙이면서 소나무 형상을 만들어 낸다.

동파이프를 절단해서 만든 인공적인 소나무이지만 꺼칠한 소나무의 질감이나 다양한 형태는 실제 소나무를 쏙 빼닮았다. 즉, 이길래의 조각은 차갑고 기계적인 성질의 동 파이프에 생명을 불어넣어 창조한 새로운 형태의 자연물인 셈이다.

그는 가장 인공적인 재료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도록 자연의 생명을 불어넣는 일종의 '현대판 연금술사'라 할 수 있다.

이길래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조각적 재료들을 수백, 수천 개 이어 붙여 나가면서 하나의 커다란 형태를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형태에 대한 감각, 고도의 집중력과 인고의 시간, 힘든 노동과 숙련된 기술을 요한다. 우리는 이길래의 작품을 통해 현대 조각작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전통 조각 '본연의 아름다움'과 그 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길래 작품이 지닌 또 하나의 특징은 조각이면서도 전통 조각과는 다른 형식을 취하며, 조각을 넘어 회화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자유로운 형식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이길래의 작품은 제작 특성상 대상의 '윤곽'에 초점을 맞춰 속이 '비어 있는 형태'로 제작된다. 따라서 안과 밖의 경계가 없어지고, 작품의 주변 공간이 '배경'이 되면서 또 하나의 큰 작품으로 이어진다.

이길래는 수많은 자연물 중에서도 왕성한 생명력과 회화적 조형성을 동시에 갖춘 대상으로서 '소나무'를 작품의 주요 소재로 선택했다. 작가는 소나무의 나무기둥, 나이테, 뿌리, 가지가 지닌 형태를 통해 자연물인 나무의 형상으로 귀결되는 '생명의 응집'을 나타낸다. 6월 9일부터 7월 10일까지. 사비나미술관. 02) 736-4371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