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미쟝센단편영화제> 새로운 유통 모델에 대한 시도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공식 웹사이트
"무단배포 및 재배포 환영" 독립영화감독 윤성호의 신작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이하 <구하라>)는 '불펌'을 환영하다 못해 독려한다. 불법 다운로드가 영화계의 최대 골칫거리라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

<구하라>는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고 온라인으로만 유통되는 새로운 시트콤이다. 멀티미디어 환경에 발맞춘 프로젝트인 셈. 이런 시도를 통해 영화와 만나는 방법도 멀티해지고 있다.

<구하라>, 온라인 플랫폼의 맞춤형 시트콤

지금까지의 온라인 영화 콘텐츠들이 오프라인 영화를 무대만 옮긴 것이었다면 <구하라>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형식과 내용에 녹여낸 '맞춤형' 콘텐츠다. 5분짜리 에피소드 10편으로 구성된 '시트콤'으로, 매주 월요일에 한 편씩 공식홈페이지(indiesitcom.com)에 업데이트된다. 지난달 24일에 시작되어 7일까지 세 편이 '개봉'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등장인물 중 한두 명과 하나의 상황을 중심으로 해 나름의 완결성을 지닌 동시에, 이어지면서 인물들 간 관계를 드러내도록 구성되었다.

<구하라>의 또 하나의 재미는 홈페이지에 달리는 댓글의 향연이다. 감독은 물론 출연 배우들까지 관객들과 문자 주고 받듯 재치 있는 담소를 나눈다. 이 화기애애한 동시상영, 혹은 애프터서비스까지 이 프로젝트의 콘텐츠인 셈이다.

하지만 독립영화 종사자들이 자원봉사자가 아닌 이상, 이 재미있는 일이 일회성의 공짜 이벤트로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사실 <구하라>는 앞으로 진행될 일련의 시트콤 프로젝트의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영화사 인디스토리의 조계영 팀장은 "1500만 원이라는 슬림한 제작비를 들이는 대신 수익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10편 모두 개봉한 후 이들을 모아 '디렉터스 컷'의 형태로 독립영화 온라인 유통 신디케이트인 인디플러그를 통해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웹툰 같은 수익 모델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멀티미디어 맞춤 콘텐츠에 목말랐던 주변에서도 반응이 오고 있다. 조계영 팀장은 "영화제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비슷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는 감독들도 있다"고 말했다. 거의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유투브나 네이버 등의 '인프라'를 타고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IPTV와 모바일 미디어에서 영화제를

영화제 역시 멀티미디어 환경에 맞추어 멀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24일부터 시작하는 제9회 미쟝센단편영화제는 극장은 물론 IPTV와 모바일 미디어에서도 영화를 상영한다. 작년 쿡TV와 연계 상영한 이후 상영관을 더 확장하는 것.

단편영화는 모바일 미디어에 적합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이 역시 새로운 유통 모델에 대한 시도다. 이를 통해 발생되는 수익은 전액 단편영화 제작자에게 돌아간다.

멀티 미디어를 통한 공식적인 단편영화 유통 모델은 침체된 한국영화 시장의 새로운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대표집행위원으로 선정된 최동훈 감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영화 시장이 힘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하지만 미장센단편영화제에 출품되는 단편영화가 매년 700편 이상인 것에서 볼 수 있듯 활발한 단편영화 작업들이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인터뷰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라는 제목은 무슨 뜻인가.

-원래 고다르의 동명 영화가 있긴 한데, 오마주는 아니다. 내 요즘 정서인 것 같다. 그 제목으로 한 영화주간지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기도 하고. 마침 카라의 구하라씨가 인기를 얻고 있는 걸 염두에 두긴 했지만 구하라씨가 직접 출연하지는 않는다.(웃음) 다만 극중 주인공의 전처 이름이 구하라고, 그녀는 계속 목소리 출연한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공효진씨다.

요즘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경험이 이번 시트콤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나.

멀티영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완성된 후 이렇게 온라인으로 배포되는 것을 보는 소회는 남다르다. 개인적으로는 댓글 문화를 그렇게 즐기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번 시트콤은 그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나 역시 열심히 댓글을 달고 있다.

수익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슬림하게 찍은 것으로 알고 있다. 촬영은 얼마나 걸렸는지, 그리고 5분 단위로 이야기를 끊는 등 시트콤 형식을 갖추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촬영은 3월 초 나흘 동안 끝냈다.(웃음) 하지만 그 전에 어떤 레이아웃과 형식으로 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데 오래 걸렸다. 예를 들면 '미드'를 다운 받아 볼 때 나오는 것처럼 자막을 넣는다든지.

이번 시트콤은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이라던데 시즌 2, 시즌 3 등 후속 계획은 어떻게 되나.

-다음엔 케이블 TV 등 다른 채널들을 확보하고 시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다시 온라인상으로만 진행할 수도 있고. 이번 시트콤의 향후를 봐서 결정될 것이다. 10편 다 공개한 후 합쳐서 인터넷 채널과 IPTV 채널, 영화제 등을 통해 다시 상영할 예정이다. 주변에서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장편 영화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 그것과 이 프로젝트를 넘나들어야 할 것 같다. 제작비나 제작 규모 등은 그때그때 유동적으로 결정하려고 한다.

윤성호 감독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