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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김승옥 단편소설 빛보다

1966년 주간한국 100호 기념 <더 많은 덫을> 발표… 문학평론가 김영찬 발견
<무진기행>, <서울, 1964년 어느 겨울> 등 주옥 같은 작품으로 알려진 소설가 김승옥의 새로운 단편소설이 발견됐다.

문학평론가 김영찬 씨(계명대 한국어문학과)는 최근 <한국근대문학연구> 2010년 상반기호에 실은 논문 <열등의식의 문학적 탐구>를 통해 이 소설을 발견, 분석했다. 발견된 작품은 1966년에 쓴 <더 많은 덫을>이다.

이 작품은 그간 독자의 기억에서는 물론 문학연구 영역에서도 유실되었던 작품이다. 김승옥에 관한 가장 최근의 연구서 <르네상스인 김승옥>(2005)에서는 물론, 1995년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간행된 <김승옥 소설전집>(전5권)에도 누락돼 있다.

<김승옥 소설전집>에 서 작가는 "그동안 소설 형식으로 쓴 글을 모두 묶어 보라는 출판사의 의견에 따라 쓰다가 중단했던 작품 아닌 작품들까지 이 전집에 수록했다"고 명시해 두었다. 작가의 고의든 아니든, 이후 이 작품이 문학사에서 사라진 채 줄곧 그의 작품이 연구되었던 것이다.

김영찬 평론가는 "이 소설에서 주목되는 것은 전라도에서 상경한 촌놈으로서의 자의식, 그와 얽혀있는 당대 한국사회의 사회문화적 환경과 사회심리의 표정, 그에 대한 심리적 반응 등이 거의 날것 그대로라 할 만큼 생생하게 증언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당시 청년 김승옥의 내면에 깔려있는 열등의식의 풍경을 보여주는 새로운 작품이 발견된 셈이다.

  • 김승옥의 <더 많은 덫을>이 실렸던 주간한국 지령 100호 (1966년 8월 21일자)
발견된 소설, 주간한국 지령 100호 기념 작품

이 작품은 1966년 8월 21일자 <주간한국>에 발표된 소설이다. 본지는 당시 지령 100호를 기념해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인 100명을 선정, 그들에게 '오늘의 작가'를 추천해 투표해줄 것을 의뢰했고 그것을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1위는 김승옥(51표, 복수응답 가능), 2위는 이호철(50표), 3위는 선우휘(43표), 4위는 서기원(32표), 5위는 장용학(31표), 6위는 황순원(30표)이었고, 박경리(23표), 최인훈(20표), 손창섭(14표) 순이었다.

김영찬 평론가는 논문에서 "이 투표 결과는 1960년대 중반의 문학장이 김승옥을 앞세운 4.19세대 작가들 중심으로 이후 급속하게 재편될 것임을 앞질러 보여주는 흥미로운 징후"라고 분석했다. 김승옥은 이를 기념해 본지에 단편을 발표했고, 그 단편이 <더 많은 덫을>이다.

청년 김승옥의 열등적 자의식

  • 김승옥의 <더 많은 덫을>이 실렸던 주간한국 지령 100호 (1966년 8월 21일자)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소설은 전라도 출신으로 중심에서 밀려난 주변부적 삶을 살아가며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감내하는 인물들이 갖는 열등감과 무력감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내용은 김승옥 특유의 미려하고 감각적인 수사와 의식의 분장(扮裝)을 배제한 채 비교적 직설적인 어법으로 그려지고 있어, 그의 소설 가운데 이질적인 느낌마저 준다.

소설의 화자는 전라도 순천에서 상경한 삼류대학 경제학과 학생. 화자인 '나'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사회적 편견을 감내하며 열등감에 사로잡힌 인물이고, 이 열등감은 '나'가 전라도 출신이라는 점, 졸업해봐야 취직할 가망 없는 삼류대학 학생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의식하는데서 비롯된다. 그

런 '나'가 변두리극장에 걸린 거울을 통해 처음 본, 첫눈에 식모임이 분명한 여자 남순을 우연히 다시 만나고, 장난 삼아 그녀를 유혹한다. 그 과정에서 남순 역시 전라도 출신임을 알게 된 나는 방둑의 비탈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부당한 사회적 편견을 덧쓰고 있는 같은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그들. 그들의 화제 또한 시종 전라도 사람에 대한 그 편견에 대한 것으로 채워지고 '나'의 복잡 미묘한 감정이 대화 가운데 스며 있다.

문학적 의미는?

그렇다면 그 문학적 의미는 무엇일까? 김영찬 평론가는 "이 소설에는 이른바 '하와이(전라도)출신'으로서의 작가 자신의 자의식과 문제의식이 별다른 문학적 포장을 걸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이런 방식의 이른바 맨얼굴의 노출은 기존 김승옥식 소설에 익숙해 있던 시선으로서는 낯설고 예외적인 것으로 읽힌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영찬 평론가와 일문일답.

기존 김승옥 작품과의 변별점이 뭔가?

"사실 서울살이에 관한 이야기란 점에서 테마는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의 작품에 비해서 특색이 있는 것은 인물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사회경제적 배경이 조금 더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예컨대 전라도 출신이라는 것. 3류 대학생 출신이라는 것. 취업의 길이 막혀 있다는 것. 그런 것에서 오는 열등감 등이다."

1995년 작가가 소설전집을 묶으며 "쓰다가 중단했던 작품 아닌 작품들까지 이 전집에 수록했다"고 했는데, 의도적으로 이 작품을 뺐다고 보는 건가?

"논문을 쓰기 전 김승옥 선생 사모님과 통화를 했다. 이 작품에 대해 여쭤봤는데, 기억을 못하셨다.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잊어버린 것 같았다. 이사를 하면서 작품을 분실했고, 이후 썼다는 기억조차 없어져 버리신 것 같았다. 발표 후 찾아 뵙고 주간한국을 보여드리니 그때 이 작품을 기억하셨다."

그렇다면 단순 실수로 누락된 것인가?

"주간한국 인터뷰를 보면 '어떤 경우에 있어서 구원을 지향하는 태도를 싶었는데 써놓고 보니까 내가 설정한 그 어떤 경우가 보편적인 것인지 의문이 생겨버렸다'고 말했다. 추측컨대 작가 자신이 이 소설의 화자 '나'가 겪고 있는 형상화가 보편성까지 승화되지 못한 채 특수한 개인적 문제의 토로에 그쳐버렸다는 생각을 했음직도 하다. 어찌보면 여기에 지역 차별과 편견에 대한 문제의식을 소설에서 눈에 띄게 노출한 데 대한 심리적 부담감도 작용했을 터다. 이런 의식에서 시간이 가면 잊어버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 작품이 갖는 의미는 뭔가?

"소외된 주변의 욕망을 관리하는 동시에 식민화하는 1960년대 한국사회 근대화 과정의 심리적 결과를 화자의 갈등 굴곡을 통해 정면으로 포착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망각에 묻혀 있던 김승옥식의 임상심리 보고의 연장이자 사회문화적 구체화란 점에서 이 작품은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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