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자렛 재즈 피아노 트리오 10월 6일 내한 공연

막힘 없는 즉흥연주, 연주에 깊이 빠져들 때면 들려오는 거친 허밍, 연주 도중 구르는 발소리, 그러나 객석에서 핸드폰 소리라도 울리면 당장에라도 연주를 멈추고 마는 까다로운 무대 매너.

이런 기이한 모습 때문에 키스 자렛(KEITH JARRETT, 1945~)은 종종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GLENN GOULD, 1932~1982)와 비견되곤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기행은 연주 하나만으로 만회하고도 남을 만큼, 그는 재즈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여겨진다. 재즈 팬들에게, 그의 즉흥적 멜로디는 최면을 거는 듯하고, 거친 허밍은 에로티시즘의 정점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말은 연주에서만 통용되지만은 않는다. 특히, 한국의 재즈 팬들에게 그는 얼굴 한번 보기 어려운, 그야말로 살아 있는, 멀고 먼 전설과 같았다.

'자신의 이름으로 지은 거리를 조성해야 내한한다', '지금껏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공연하지 않는다' 등등 출처가 불분명한 소문만 무성했다.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일본에서만 30년 이상 200번 넘는 공연을 하고 떠나버리는 그를 야속해해도 소용없었다.

최근, 그렇게 한국 무대에 한번 모시기 어려웠던 '전설'이 내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가 소속된 ECM레이블을 한국에서 유통하는 C&L뮤직이 수백 번 러브콜 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그다. 올해 초 처음으로, 그가 Ok 답변을 해오면서 성사된 공연이다. 일본 공연을 마치고 한국에서도 공연하는 일정이다. 10월 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다.

키스 자렛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게리 피콕(GARY PEACOCK, 베이스)과 잭 디조넷(JACK DeJOHNETTE, 드럼)을 대동한 피아노 트리오로 내한하기로 했다. 키스 자렛만으로도 벅찬 공연이지만 두 거장이 합세한 공연은 더 치열한 티켓 쟁탈전을 예상케 한다. 1983년 공식적인 트리오 활동 이후 27년 만에 처음 이루어지는 공연이 아닌가. 게다가 현대 재즈의 큰 스승인 게리 피콕과 정력적인 재즈 명인 잭 디조넷까지 재즈 거장이 무려 셋이다.

키스, 게리, 잭 3인의 뮤지션이 처음 만난 건 1977년 게리 피콕의 ECM 데뷔작 에서의 협연이었다. 이를 만남을 계기로 키스 자렛은 1983년 스탠다드 작품 레코딩을 위해 이 둘을 초대했다. 이 역사적인 만남을 통해 지금껏 열다섯 장의 라이브 앨범과 4장의 스튜디오 레코딩 앨범을 발표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재즈 피아노 트리오로 군림하고 있다.

당시 1930~50년대 재즈 고전을 연주하는 것은 음악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었지만 키스 자렛의 의지는 확고했다. "무슨 소재를 다룰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음악이란, 연주자가 그 소재에 무엇을 불어넣는가가 중요하다"며 독자적인 음악 노선을 선택했다.

그들의 선택은 옳았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그들은 시대를 쫓는 음악이 아니라 독자적인 음악을 통해 시대의 음악을 주조해내고 있다.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서는 거장들을 만나기 위해선 좀 더 부지런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티켓은 7월 1일에 오픈한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