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인 <자연의 소리> 전

Windsong 76.5x76.5cm Paper collage, Acrylic 2010
화면에서 뿜어나오는 기운은 관람자를 전율시킬 만큼 강열하다. 정형적이거나 비정형적인 기운의 흐름이 온 몸으로 엄습하며 뚜렷한 심상을 남긴다.

작가에게 자연은, 삶은 그렇게 치열하고 각별하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마주하는 재미작가 박동인의 <자연의 소리전>의 울림이다.

그 울림은 40여 년의 화업과 이를 지탱하고 작가에게 혼을 불어넣은 삶에서 우러나온다. 그 삶은 74년 도미 이후 모자이크 페인팅이라는 독특한 조형세계를 일궈 온 작가의 예술적 뿌리와 닿아 있다.

인간에게 숙명적인 삶과 죽음, 생명이라는 보편적인 문제를 자연의 함의에 연계하거나 그 안에 녹여내 작품으로 완성해온 것이다.

그의 예술의 강력한 모티프가 되고 있는 자연과 삶에서 우선 21살 청춘의 기억이 뚜렷하다. 그 때 그는 베트남 전쟁의 한복판에 있었다. 문득 바라본 대평원 저녁 노을의 아름다움과 평화, 그와 대조되는 생사를 오간 전투를 치룬 정글숲이 끝없이 펼쳐진 모순된 현실. 그리고 하얀 분말의 고엽제. 작가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청춘에 전쟁의 상흔은 옹이처럼 박혀 있다.

Windsong 70x60.5cm Paper collage, Acrylic 2009
"자연의 숲은 삶과 죽음이 넘나드는 생의 가장 치열한 현장이었죠. 자연과 인생은 치열하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그의 작품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그의 삶이 반영됐기 때문일 게다. 최근 작품에 관조의 미가 두드러진 것은 상처입은 자연이 스스로 치유하면서 한층 성숙해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과도 닮았다. 그의 작품이 강렬하면서도 온화하고 평화로운 아우라가 넘치는 배경이다.

"죽어가는 것과 새로이 태어나는 것/ 이 모두가 자연 속에서는 어우러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죽어버린 나무들의 생생했던 숲에서의 추억, 그리고/ 또 다시 태어나는 새 생명의 나무들은 인간들의 모습이기도 하다"(작가노트 중에서)

작가는 40년 가까이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나그네' 의식이 잠재적으로 존재해왔다고 말한다. 디아스포라적 삶의 일면으로 이는 자연스레 그를 뿌리에 천착하게 한다. 그의 작품에서 강한 서정성이 느껴지는 것은 그러한 삶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의 주조를 이루는 자연, 숲, 나무, 나뭇잎 등은 사실 그의 삶의 부분이자 전부이다. 변화무쌍한 자연의 내면은 기실 우리네 인생의 굴곡과 동의어다.

Windsong 76.5x76.5cm Paper collage, Acrylic 2009
작가의 작업은 '창밖' 시리즈에서 모자이크 회화로 변화하면서 자연의, 삶의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전한다. 모자이크이면서도 유니트의 타입이나 구성이 기계적이지 않고 유기체적인 비정형의 것과 정형적인 것, 그리고 세라믹이나 종이 등의 다양한 재료들로 자연의 내면, 다면적인 삶을 표현해내어 교감케 한다. 그 자연과 삶은 매우 역동적이고 유전적이다.

창가에서 관조하는 자연이든, 혹은 도시의 일상 속에서 접하는 자연이든 그것의 속성과 본질은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에너지라는 사실을 작가는 웅변적으로 말한다. 그 변화의 에너지는 작가의 기억과 관념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만나면서 더욱 힘을 발한다.

작가는 앞으로 작품에 '바람'을 더 담고 싶다고 한다. 생이 깊어짐에 따라 세상을 관조하면서 치열하되 삶을 풍성하게 하는 작업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작가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주제는 인생, 삶이다. 자연은 그 삶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매개다. 작가의 작품은 관람자에게 묻는다. 지나온 당신의 삶은 치열했느냐고, 지금의 삶은 어떠하냐고.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박동인 작가의 전시는 7월 17일까지다. 02)734-0458


Windsong 57x77cm Paper collage, Acrylic 2009
Windsong 75x90.5cm Paper collage, Acrylic 2009
Windsong 76.5x51cm Paper collage, Acrylic 2009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