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오테크: 접힘과 펼침의 도서관> 전258명 작가 포트폴리오 등 공개… 어떻게 신진작가와 현대미술 플랫폼 될까

미술은 무엇일까. 그림이나 조각 같은 '작품'만이 미술이던 시대는 이미 까마득하다. 퍼포먼스 같은 일회적 상황, 작업 과정 그 자체처럼 보존하거나 거래하기 어려운 행위들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관습과 권력에 의심을 품는 것을 아름다움의 바탕으로 삼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 속에서 미술의 범주나 가치 역시 매일 무너지고 다르게 궁리되는 중이다.

그러므로 미술에 대한 질문 역시 미술은 어떻게 미술이 되는가, 로 바꾸는 것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젊은 작가에 대해서는 이 질문이 더 중요하다. 작품의 물리적 속성뿐 아니라 작가의 정체성까지 끊임없이 사회적 영향 관계 속에서 재구성하고 있는 이들의 작업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서울 홍익대 앞 KT&G 상상마당갤러리가 개관 3주년을 맞아 갤러리를 도서관으로 꾸민 것은 그 때문이다. 2007년 이후 젊은 작가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온 이곳은 그동안 축적된 자료와 질문들을 모은 <비블리오테크 Biblioteque:접힘과 펼침의 도서관> 전을 열고 있다.

총 258명 작가의 포트폴리오와 영상 작업이 공개되고, 최신의 미술 경향과 관련된 200여 권의 미술 서적을 열람할 수 있다. 미술을 둘러싼 자료, 미술을 향한 이해와 향유의 가능성들까지 '작품'으로 보여지는 셈이다.

전시를 기획한 윤영규 큐레이터는 "1970년대 포스트아방가르드 사조의 개념미술 이후 많은 작가들은 사회문화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과 제대로 대면하기 위해서는 큐레이터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시 공간의 아카이브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상마당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신진 작가와 현대 미술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어떻게 신진 작가와 현대 미술의 플랫폼이 될 것인가"로 진척시킬 계획이다.

윤영규 큐레이터는 "퐁피두센터의 비블리오테크는 단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도서관이 아니라 영화를 상영하고 워크숍을 여는 등 복합적인 공간이다. 이처럼 아카이브와 전시가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연결되는 것이 동시대 예술 공간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민을 발전시켜 8월 초부터는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학문 분야와 전문가를 포괄하는 워크숍을 연다. 주제가 '사운드'라면 예술과 인문학은 물론 공학 부문 전문가도 참여하는 식이다. 그 결과는 다음 전시로 이어진다.

<비블리오테크> 전은 8월 24일까지 열린다. 현대 미술의 경향을 훑고 지적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누구라도 편히 들를 만하다. 미술 서적들 중에는 시중에서 접하기 어려운 해외 서적도 있다. 7월 23일과 8월 13일에는 '동시대 시각예술의 아카이브 움직임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주제로 워크숍이 열린다. 02-330-6224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