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갤러리 등 합작 '올리브앤코' 런칭

미술과 패션이 손을 잡으며 예술성과 상업성을 극대화하는 콜라보레이션(협업)은 이제 그리 새로운 일도 아니다.

잘 알려진 대로, 일본의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는 루이뷔통 가방 디자인에 참여해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고 미술계 슈퍼스타인 데미안 허스트는 작품 <나비>와 <스핀>으로 리바이스의 데님 재킷과 팬츠를 물들였다.

그런가 하면 데미안 허스트 못지 않은 영국의 스타 작가, 트레이시 에민은 롱샹 가방을 아플리케(서양 자수의 일종)와 핸드페인팅으로 꾸몄다. 악어가죽 가방으로 유명한 콜롬보는 자사 백 이미지를 모티프로 한 작품을 국내 작가 7인에게 의뢰해 밀라노에서 전시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미술과 패션의 심상찮은 동거가 2000년대 이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은 입 생 로랑이 1960년대 몬드리안 그림을 드레스에 입혀 완성한 몬드리안 룩만 떠올려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가나아트갤러리가 미술과 패션의 콜라보레이션을 전면에 내세우며 의류 수출입 전문회사 올리브앤컴퍼니와 손을 잡고 국내 작가의 작품을 의류로 제작하는 패션 브랜드 '올리브앤코(OLIVENCO)'를 런칭했다.

일본의 캐쥬얼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가 미국의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티셔츠로 제작해 판매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지만, 단발성 제작이 아니라 고유 브랜드를 만들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유통을 시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안에는 국내 현존하는 작가의 작품으로 의류를 제작해 한국미술이 세계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현지에서 작가에 대한 인지도가 생기면 작품 전시회를 여는 방식이다. 미술품 경매업체인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에 해당 작가의 작품이 출품될 경우, 이미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거라는 판단도 있었다.

가나아트갤러리와 갤러리 LVS, 올리브앤컴퍼니가 공동으로 런칭한 올리브앤코는 1차로 11명의 국내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티셔츠, 에코백, 패션 소품 등으로 제작했다. 마리킴, 아트놈, 엄정순, 위영일, 강영민, 안성하, 서유라, 사석원, 이수동, 도성욱, 고영훈 등 팝아티스트부터 한국화가, 서양화가 등이 고루 참여했다. 앞으로 작가는 100여 명까지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작가들은 갤러리를 통해 저작권을 판매하고, 의류회사는 이를 이용해 상품을 개발해 수출하게 된다. 작가의 작품은 원작 그대로 구현하여 한정 생산되는 작가 티셔츠, 4점 이상의 작품으로 특성에 따라 재구성한 포스트 티셔츠, 그리고 참여작품 전체를 한 점으로 재구성하는 도록 티셔츠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 중 작가 티셔츠는 500점 한정 생산된다. 연간 1000만 달러 수출을 통해 진출하는 작품은 약 50정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정옥 올리브앤컴퍼니 대표는 지난 14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런칭행사에서 "갭(GAP), 치코스(Chico's), 익스프레스(Express), 리미티드 투(Limited too) 등 북미권 브랜드를 중심으로 티셔츠를 유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리브앤코 측은 현지 의복 문화를 적용하는 현지화 전략도 적극적으로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티셔츠로 제작된 고영훈 작가의 작품
올리브앤코는 사회 환원에 대한 구상도 이미 마친 상태다. 유니세프, 세계미술치료협회, 우리들의 눈, 제주올레 등 각 분야 사회단체들과 작가의 1대 1매칭과 기부 바자회 개최 등의 프로모션 프로그램, 수익금 일부를 정기적으로 기부한다는 계획이다.

올리브앤코가 제작한 티셔츠는 현재 올리브앤코 홈페이지(www.olivenco.com)와 인터넷 쇼핑몰 G마켓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작품 구성에 따라 4만 9000원과 5만 9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향후 가나아트갤러리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열 예정이다.


티셔츠로 들어간 사석원 작가의 작품
강영민 작가의 작품과 제품
마리킴, 아트놈, 위영일 작가 작품으로 만들어진 에코백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