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회>그문화, 갤러리킹, 프레파라트연구소 작가 위한 프로젝트로 지속 가능한 문화환경 조성

그문화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상영
"이건 아르코미술관 외관에 불법현수막들을 씌운 프로젝트에요. 벽돌 건물일 때보다 관객들이 더 많이 들어왔죠."
"그 현수막들은 어디에서 구하셨나요?"
"구청에 전화하면 그냥 줍니다.(웃음)"

지난 22일 서울 홍익대 앞 문화 공간 '그문화'에서 최정화 작가가 자신의 '영업 비밀'을 공개했다. 눈을 빛내며 듣는 이들은 관객이 아닌 젊은 작가들. 19일부터 열리고 있는 '작가와의 대회'의 한 프로그램이었다.

'작가와의 대화'가 아니라 '작가와의 대회'이다. 점 하나 차이로 님이 되고 남이 되었다던 유행가 가사가 여기에도 적용된다. 관객 서비스인 '작가와의 대화'가 아닌 작가 중심의, 작가를 위한 프로젝트다.

내용을 보면 더 확실해진다. 포트폴리오와 작가 노트 작성법, 사진 찍는 법 강좌가 마련되었는가 하면 재테크와 마케팅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자유로운 작품활동의 기초는 자생력이기 때문이다.

홍대 앞 젊은 문화 공간 연합인 홍벨트가 이 실질적인 작가 지원 프로젝트의 기획자다. 이들이 뭉치게 된 바탕에는 홍대 특유의 독립적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최근 일대가 상업화하고 땅값이 오르면서 젊은 작가들의 작업실은 밀려나고 있다. 홍대 문화를 지키는 '수비선'을 만들고자 작년 그문화, 갤러리킹, 프레파라트연구소가 의기투합했다.

갤러리 오프닝
홍벨트의 활동은 지속 가능한 문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 맞추고 있다. 이를테면 인프라 구축이다. 전시는 물론 교육과 체험, 네트워킹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작가와의 대회'는 홍벨트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젊은 작가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가운데 상생의 길을 찾는 프로젝트.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마련했다.

이번에는 현재 문화적 환경에서 작가들이 고민해볼 만한 지점들도 포함되었다. 작가들이 미술의 다양한 영향력을 체험해볼 수 있는 미술치료, 어린이와 함께 그리고 만드는 프로그램이 그 예다. 사회 속에서 미술이 어떤 모습과 눈높이로 자리해야 할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비평가, 큐레이터, 마케터 등 미술 제도의 멘토링 역시 젊은 작가들에게 유용할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한 문화 인프라가 한 차례 사업이나 물리적 지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준다. 작가와 작가 간, 작가와 미술계 간 정서적 교류가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탁구 강좌와 탁구 경연대회는 '작가와의 대회'의 백미다.

미술 프로젝트에 난데없이 탁구를 도입한 이유를 물었더니 갤러리킹의 바이홍 디렉터는 "작가들의 체력 증진을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미술도 문화도 결국 사람의 힘으로 하는 일이다. 과연 '대회'다운 발상이다.

그문화에서 열린 작가를 위한 탁구 강좌
'작가와의 대회'는 7월 30일까지 그문화와 갤러리킹에서 열린다. 29일에는 갤러리킹에서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도 마련되며 7월 마지막 주 내내 작가들의 탁구 시합이 이어진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