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인사동에 둥지틀다(Ⅱ)> 展세종 손길 닿은 <자치통감강목>등 10개 테마 274점 선보여
세종은 평소 중국 사마광의 <자치통감>을 송나라 주자가 강(綱)과 목(目)으로 나눠 편찬한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을 애독해 1420년 경자자로 이 책을 인쇄했고, 세종 20년(1438)에는 갑인자로 이 책을 해설한 훈의(訓義)를 간행하도록 했다.
그렇게 세종의 숨결이 담긴 자치통감강목을 서울 인사동 화봉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열리고 있는 <책-인사동에 둥지틀다(Ⅱ)>전은 소장자의 학문적 세계를 판단하고 소장자의 내력을 알 수 있는 '장서인(藏書印)'을 비롯, 서양에서 서적의 소유를 명시하기 위하여 책에 붙이는 '장서표(藏書票)', 초소형 책자, 판화, 춘향전, 문학, 잡지, 종이, 고문서, 고지도 등 10개 테마에 274점의 자료를 선보인다.
전시 중인 자치통감강목은 세종 2년(1420) 경자자로 인쇄한 것으로 세종이 손으로 만지고 읽고 귀히 여긴 책이다. 이를 입증하는 것은 이 책에 선명하게 찍혀있는 '경연(經筵)'이라는 장서인이다.
동양에서 장서인이 주로 발달했다면 서양에서는 장서표가 발달했다. 이는 자기의 소유를 표시하는 것 외에 소장자의 품위나 풍류를 가늠하는 상징으로 일본은 장서표 문화가 많이 보급됐다. 이번 전시에는 달력이 인쇄된 일본의 장서표가 눈길을 끈다.
초소형 책자 코너에는 좁쌀 만한 크기의 책들이 전시돼 있는데 불과 몇 cm 크기의 것들로 출판 강국인 영국, 미국, 독일, 일본의 면모를 보여준다.
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담은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ely the king)' 책은 가로 2.2cm 세로 2.6cm의 작은 크기에 표지에는 보석이 박혀 있다. 갤러리는 이 책이 한정본 300부 중 132호라고 소개한다.
'책 속의 미술-불경과 판화' 코너는 한국 출판 인쇄사에서 불경 출판이 갖는 의미를 전한다. 거의 모든 불서에는 출판을 하게 된 이유와 인쇄에 관련된 인물과 때와 장소가 기록돼 있다. 또한 많은 불서에는 판화가 있는데 한국의 판화사에서 불서의 변상도를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다. 전시의 석가여래의 일대기 <석씨원류(釋氏源流)>(선운사, 1781)에는 408점의 변상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사람들은 한지(韓紙)에 대한 관심이 대단해요. 조선지에 관한 글과 책이 많은 것은 물론 조선지 견본이 붙은 책들이 무수히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친구들로부터 전통조선지 견본을 첨부한 책을 내어 세계에 내놓자는 제안을 수 차례 받았지만 우리 실정이 쉽게 응할 수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여 관장은 도쿄 고서점가를 드나들며 구한 종이에 관한 자료들이 전통 한지의 중요성에 대한 담론을 일으켰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밖에 전시에서는 화봉책막물관이 독보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춘향전 자료와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1940), 이효석의 소설 <벽공무한(壁空無限)>을 감상할 수 있고, 개화기·일제강점기· 해방 전후에 출간된 잡지를 통해 시대상황을 체험하게 된다.
여러 고지도는 옛 영토의 생생한 정보를 전한다. 16~17세기의 '동람도(東覽圖)'와 19세기의 '팔도전도(八道全圖)' 등에는 독도와 대마도 등이 조선 영토로 표기돼 있다.
이번이 약속한 두 번째 전시로 책이 온전히 둥지를 트는 데는 관람객의 진지하고 잦은 발걸음이 관건이다. 우리 역사를 뒤돌아 보며 한번쯤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이번 전시는 9월 14일까지 계속된다. 02)737-0057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