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국내 무용수 금상, 은상 휩쓸며 저력 발휘… 병역특례 추진도

KIMDC 그랑프리 수상자 에바 코라로바
지난 12일 서울 홍지동 상명아트센터 계당홀에서는 또 하나의 국제 무용 콩쿠르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사단법인 한국무용협회(이사장 김복희)가 주최한 제1회 코리아 국제 현대무용 콩쿠르(Korea International Modern Dance Competition)가 그것이다.

국내에 이미 여러 개의 무용 콩쿠르가 있는데 새로운 콩쿠르가 왜 또 필요했을까. 그것은 한국무용과 발레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온 현대무용의 입지와 연관이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무용은 곧 한국무용과 발레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국립단체도 국립무용단과 국립발레단은 있었지만 현대무용을 전담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은 없었다.

이 때문에 뛰어난 기량을 지녔음에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현대무용가들은 계속해서 현대무용에의 관심과 지원을 요구해왔다. 이런 노력 덕분에 문화체육관광부는 현대무용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해 지난달 말 국립현대무용단을 창단하기도 했다.

초대 이사장을 맡은 김화숙 원광대 교수는 "늦은 감이 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좋은 안무가 양성을 위해 제도적으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7일 개막했던 코리아 국제 현대무용 콩쿠르도 한국 현대무용의 저변을 국내외적으로 더욱 넓히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3년 전부터 콩쿠르 신설을 추진해온 김복희 조직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현대무용만을 위한 콩쿠르가 없다는 사실에서 코리아현대무용콩쿠르가 미래에 현대무용의 메카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 여자 금상 장안리
"해외 콩쿠르 중에도 현대무용을 심사하는 파트가 있지만 그것도 발레 콩쿠르 안에 개설된 것이었다. 또 안무를 보는 현대무용 행사는 있었지만 기량을 심사하는 현대무용 대회는 없었다. 그래서 현대무용만을 위한 국제 무용 콩쿠르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한국 현대무용의 수준을 볼 때 세계 현대무용의 메카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봤다."

현재 세계적인 현대무용 강국과 한국의 차이는 그 저변의 크기에 있다. 해외에서는 취미활동이나 학원에서 현대무용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예술학교를 거쳐 대학 무용과를 나오는 전문교육기관에서의 인력 배출이 현대무용수 양성의 전부다.

국내외 전문가로부터 한국 현대무용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지적받는 기교 중심의 춤이 발달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코리아 국제 현대무용 콩쿠르 주최 측은 이 행사를 통해 이 점을 세계 무대에 강점으로 알리고 동시에 해외 현대무용의 다양한 면을 흡수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어린 남자무용수들에게 이 콩쿠르는 향후 눈여겨봐야 할 행사가 됐다. 그동안 남자무용수가 병역 특례를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국제 무용 콩쿠르에서 2위 이상 입상해야 했다. 현재 병역 특례를 인정받고 있는 국제 콩쿠르는 발레가 15개로 가장 많다. 지난해 말 3개 콩쿠르가 추가되기 전까지 현대무용수들은 병역에서도 상대적인 차별을 받아온 셈이다.

김복희 조직위원장은 "어린 남자무용수들이 그토록 병역 특례에 매진하는 것은 면제라는 사실보다는 그것이 그만큼 무용을 잘한다는 일종의 자부심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결과적으로 군 면제도 현대무용을 발전시켜온 한 요소가 됐다"고 의견을 내놓는다.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 남자 금상 전환성
현재 현대무용이 병역 특례를 인정받는 행사는 독일 베를린 국제무용 페스티벌(Berlin International Dance Festival TANZOLYMP Competition)과 그리스 헬라스 국제 무용 경연대회(International Dance Competition- Hellas), 그리고 한국의 서울 국제 무용 콩쿠르다. 코리아 국제 현대무용 콩쿠르 조직위원회는 국제 행사인 만큼 향후 다른 국제 콩쿠르들처럼 1, 2위 입상자에 한해 병역 특례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국내 주도로 치러진다고 해서 국내 무용수들에게만 유리한 조건을 둔다면 국제 행사로서의 공신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차후 행사의 유치도 순탄하게 치를 수 있다. 주최 측 역시 참가자격의 강화를 통해 이번 콩쿠르가 국내화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다. '기량이 출중한 무용수' 같은 추상적인 기준보다 권위 있는 대회의 입상자로 자격을 제한한 것이다.

그 결과 이번 콩쿠르에 나설 수 있는 무용수는 40여 년 전통의 동아무용콩쿠르와 46년 역사의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 예선 통과자와 현대무용콩쿠르 1~3위 수상자들이 됐다. 이처럼 국내 참가자 자격요건을 엄격히 한 결과 국내 해외참가자의 비율도 비슷하게 맞춰졌다.

6일간의 열띤 경합을 벌인 끝에 첫 행사의 그랑프리는 체코의 에바 코라로바(Eva Kolarova)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금상 남녀 부문의 전환성, 장안리, 은상 남녀 부문의 최재혁, 이예진, 동상 여자 부문의 김서윤 등 주요 부문을 국내 무용수들이 휩쓸며 한국 현대무용의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손관중 예술감독은 "이번 대회는 한국 현대무용사는 물론 세계 현대무용계에서도 의미 있는 행사였다는 점에서 이미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하며 "앞으로도 코리아 국제 현대무용 콩쿠르가 세계적인 대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과 함께 세계 각국의 무용가들에게 대외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 행사이니만큼 코리아 국제 현대무용 콩쿠르가 앞으로 갈 길은 멀다. 국제행사라는 이름으로 명멸한 수많은 행사들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콩쿠르는 아무도 발을 내딛지 않았던 현대무용 콩쿠르라는 미개척지에 첫 발을 내딛었다. '제2회 코리아 국제 현대무용 콩쿠르'가 현재의 한계를 보완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무용계 인사들은 벌써 다음 개막일인 2011년 6월 22일을 기다리고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