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모든 인물은 소외와 고립이 제공하는 공허와 삭막함에 시달린다. 주인공 기수는 <보이첵>의 주인공 보이첵이 현재 여기 되살아 온 듯하다.

그는 실존적, 부조리적 존재의 터널을 지난다. 그의 동생 대수는 계산된 사회적 공식을 삶에 기계적으로 대입시키고 그 결과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인간적 멋대가리 상실형 인간이다.

한편 근거 모를 유희성에 휩싸인 '클레오파트라 선장'이란 정신병자가 등장하는데, 그녀는 모든 다른 인물과는 따로 논다.

여기에, 가지지 않아도 좋을 열등의식을 무마하려 괜한 폭력을 쓰면서 괜한 똥폼을 잡느라 시간을 죽이는 도인과 천진난만해서 도대체 멍청하게만 보이는 아름이 나오는데 이 둘과 선장 또한 주인공 기수와 같은 운명이다. 도시소음에 짓눌린 채, 그 소음의 정체도 모른 채 환경에 잡아먹히는 희생양들이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하는 기수의 행적과 아름의 아픈 일상이 겹쳐지면서 시작되는 이 공연은 이 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과 천진난만한 사랑행각, 그리고 아스라한 이별의 스토리이다. 9월 3일부터 9월 26일까지. 한양레퍼토리씨어터. 02) 3673-5521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