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섭 사진전 <From Landscape-Ⅲ>

"풍경의 역사는 역사가 존재했던 시간보다 길다."

"사진은 존재를 대상으로 한다. 화가보다 조각가가 더 많이 사진으로 전향하는 이유는 회화는 사물을 표피적으로 보는 것에 비해 조각은 존재적으로 바라보는데, 사진이야말로 사물을 존재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장섭 작가의 말과 글이다. 그의 사진 작품은 줄곧 '존재'의 의미성을 묻는다. 그의 작품의 주조를 이루는 '풍경'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존재에 대한 시선은 인간의 의식, 또는 욕망이 개입한(투영된) '존재(有)'가 아닌 '부재(無)' 넘어의 무위(無爲)한 존재를 향한다. 작품 '풍경' 시리즈는 사실 자연의 풍경을 차용한 '의식'의 풍경으로 볼 수 있다. 그 풍경은 사물의 '본질'이며 관객에게 그 '숨은 그림'을 찾아보라 한다.

"인간이 존재에 관한 의심을 계속해가는 한 풍경은 언제나 생각과 존재보다 먼저 펼쳐져 있음을 알게 된다."(작가노트 중에서)

'From Landscape-Ⅲ' 2010
작가의 관심이 풍경 그 자체가 아니라 풍경의 프레임을 뛰어넘는 일임을 알게 한다.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세계는 고정적인 시각으로는 인식될 수 없다는 것을 넌지시 알린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표현자로서가 아니라 사진의 프레임으로 완결된 시각의 틀을 벗어나려는 탐구자로서의 그런 질문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김승곤 평론가의 말은 공감을 준다.

김장섭 작가는 회화에서 출발해 사진으로 나아갔지만 대상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그가 1981년 제1회 석남미술상을 수상할 당시 '사물화한 회화' 시리즈는 제목부터 미니멀리즘을 떠올리게 하는데 '사물의 본질'에 천착해온 작업은 사진으로 전환한 뒤에도 근본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오는 9월 1일부터 인사동 갤러리나우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 From Landscape-Ⅲ > 전은 그러한 연장에 있다. 다만 종래 풍경의 연작이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무어랄까 시간이 깊어지고, 비슷한듯 다른 풍경에서 더 세밀한 관찰, 내밀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시간의 차이가 드러나는 존재의 성찰은 내부를 지향하게 하는 것이다.

작품 풍경을 통해 관객에게 자신의 존재성(실존)을 색다르게 깨닫게 하는 이번 전시는 9월 14일까지 계속된다. 02) 725-293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