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특정한 모양새와 색감을 정해놓고서도 일부러 모른 체하며 매번 같은 길을 반복해 걸을 수도 있다. 작가의 생각이든 돌이든 무언가 하나를 정해놓는다는 것은 너무나 경솔하고 오만한 일이다.
작품 속 '집'의 의미도 그렇다. 작가에게 집은 영원한 안식처가 아닌, 그날그날 자신을 표현해주는 하나의 기호일 뿐이다. 그저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무엇이며,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간 역시 집을 이루는 철, 나무, 돌, 석고와 같이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 것이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우연, 해체, 붕괴를 강조하는데 이는 결코 부정적 의미로만 해석되지 않고 탁 트인 하늘과 땅처럼 혼돈 속에 질서를 품고 있다. 이는 경계의 구분을 초월하여 더욱 우주적이면서 지극히 인간적인 열린 공간을 창출해 낸다. 8월 27일부터 9월 16일까지. 송은 갤러리. 02)527-6282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