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thing-Passage10-2'
현대미술의 저변에 깔린 상실의 그림자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결투가 그만큼 참혹했고 언제나 상처였음을 의미한다.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은 결국 어리석은 일의 연속이었고, 현실은 언제나 부정적인 그림자로 인간을 뒤덮었다.

2010년 베를린 비엔날레의 주제 역시 '저기 밖에 기다리는 무엇'이었으며 현실을 '밖'으로 표현하며 위협적인 공간으로 비유했다. 하지만 전성규의 회화는 현실의 파국을 더 이상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파국은 현실의 궁극적인 끝이 아니며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제 2의 관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현실은 위협적인 공간으로서의 '밖'이 아니라 오히려 존재 깊숙한 곳에 내재하며 길을 터주는 이정표와 같은 것이다.

상처받은 영혼은 이 관문을 통과하여 비로소 궁극적인 이상향에 가닿을 수 있다. 마치 자동기술법과 같이 캔버스 위에 받아 적은 감정의 소용돌이는 심연 깊숙한 곳에 흐르는 인간의 독백과도 같다. 9월 1일에서 9월 14일까지. 갤러리 스페이스 이노. 02)730-676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