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숙류 살풀이 '무어화' 초연, 무형문화재 지정 필요성 제기돼

한국 전통춤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한영숙류의 살풀이춤 진수가 펼쳐진다. 오는 9월 8일 이은주 인천대 교수가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한영숙류 살풀이춤과 함께 이를 바탕으로 한 창작춤을 무대에 올리는 '이은주의 춤 무어화(舞於畵)'이다.

한영숙(1920~1989)은 한국 전통춤을 집대성하고 이를 무대 양식화해 한국 춤의 새로운 공연 미학을 정립한 한성준(1874~1941)의 손녀로 그로부터 승무, 학무, 태평무, 살풀이춤 등을 전수받아 승무와 학무가 각각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다.

한영숙의 '승무'는 정재만·이애주씨가 맥을 잇고 있지만 '살풀이춤'의 경우 이매방류와 김숙자류만 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한영숙류는 지정되지 않았다. 1990년 살풀이춤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때 당사자(한영숙)가 이미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살풀이춤의 핵심이 된 한영숙류 살풀이춤의 기능보유자를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성준, 한영숙으로 이어지는 살풀이춤의 본모습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고 기존의 이매방류, 김숙자류와도 다르다는 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립민속박물관 양종승 학예연구관은 "현재 한영숙류의 살풀이춤은 이은주 교수가 그 정통성을 이어가고 있다'며 "살풀이춤이 무형문화재로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 계승과 보전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이 교수에 대한 기능보유자 인정이 필요하다다"고 말했다.

한영숙류 살풀이춤은 1938년 한성준의 제1회 발표회에서 처음으로 '살푸리춤'이라는 명칭으로 한영숙에 의해 추어졌고, 본래 수건춤, 입춤, 즉흥무라는 명칭으로 추어지다가 살풀이장단에 맞추어 춘다고 하여 살풀이춤으로 불린 것으로 전해진다.

한영숙류 살풀이춤에 대해 이은주 교수는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절제미를 표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며 "공간에 뿌려 제멋에 휘날리는 수건의 움직임에서 인위적인 사위를 찾을 수 없고,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에 더함도 덜함도 없는 극치미를 표현, 귀기마저 흐른다고 말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1974년 수도여자사범대학(현 세종대)에 입학, 같은 해 교수로 부임한 한영숙의 제자가 돼 스승이 작고할 때까지 춤을 배웠다. 그는 "사실 나도 승무를 계속 하고 싶었으나 선생님이 '넌 살풀이를 해라'고 말해 대학 4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33년 동안 한영숙류 살풀이춤을 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83년 한영숙류 춤과 자신의 창작춤 '흙'을 함께 선보이는 공연을 시도한 이래 올해 열여섯 번째로 '이은주의 춤 무어화' 무대를 마련했다. 이날 이 교수는 한영숙류의 춤을 원형을 유지하여 추며 현대의 전통무용을 이끌어가기 위해 자신의 색깔로 만들어가는 이은주류의 춤을 공연한다.

한영숙류 '살풀이' '승무'와 함께 이은주류 창작춤 '금선무(琴扇舞)' '무어화' 등을 선보이는 것. 2000년 초연한 '금선무'는 신윤복의 미인도를 춤으로 그려낸 작품이고 신작 '무어화'는 춤 자체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춤이 되는(舞於畵 畵於舞) 과정을 그렸다. 그밖에 한영숙류 '태평무' '한량무', 이은주류 '시화무' '굿거리춤' '소고놀이'가 이은주무용단에 의해 공연된다. 02)580-3333, 032)835-8621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