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e, 162.2x97.0cm'
오랜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은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 대나무와 매화와 더불어 소나무를 숭앙해왔다. 이렇듯 지조, 절개, 충절의 상징인 소나무는 그 의연한 생명력을 가지고 오늘날까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나무를 소재로 한 중국의 수많은 동양화와 한국화에서 그려지는 소나무는 언제나 그랬듯 전체적으로 풍겨오는 지조를 담아내는 데 충실했다. 그러나 작가 주삼순의 작품 속에 보이는 소나무는 그 전체적인 분위기보다는 정교한 묘사와 세밀한 표현에 주안점을 둔 듯하다.

때문에 기존 동양화에서 보이는 원근법적 구도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화면 가득 날카로운 솔잎들이 격조 높게 뻗어있을 뿐이다. 이러한 세밀한 필법은 그동안 추상적으로 다가왔던 소나무의 의미를 구체화시켜 준다. 좀 더 가까워진 시선 속에는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단순한 생명력이 아닌, 살아내기 위한 위대한 치열함이 보인다.

미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회화로 전향한 그녀가 소나무를 모티브로 선택하기까지 소나무는 그녀 안에서 수많은 의미를 품고 잎을 뻗어왔을 것이다. 그 의미는 기존 소나무가 가진 상징과 닮아있을 수도, 전혀 다른 시선 속에 또 다른 의미일 수도 있다.

보는 이의 시선과 마음에 따라 오늘날 소나무 그림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재확인할 수 있는 전시이다. 10월 6일부터 10월 12일까지. 본갤러리. 02)732-2367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