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양국 연극계가 가장 주목하는 인물 중 한 명인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의 신작이 세계 초연으로 명동예술극장에 오른다.

재일교포 2세인 정의신은 이방인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일본 태평양전쟁을 배경으로 한 한국 전범들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아냈다.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일본은 연합군 포로를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조선의 젊은이 3000명을 동원한다. 마침 동남아에서 대규모 건설공사를 진행하던 일본군은 연합군 포로들을 공사장으로 내모는데, 일본군과 포로들 사이에서 군말 없이 채찍질을 가해야 했던 이들은 바로 한국 군속들이었다.

원망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전쟁은 연합군의 승리로 종결되고, 한국 군속들은 포로를 학대했다는 이유로 전범 처리된다. B급 전범들은 대부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그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김춘길이 2010년 여름, 피비린내 났던 태면철도 건설 작업 앞에 당시 증언을 위해 섰다.

한국인 전범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 삶의 이유가 돼버린 그. 맥베스와 같이 마녀의 부추김을 이유로 죄를 거듭해야 했던 그들의 젊은 날. 하지만 그들의 희생을 위로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마치 맥베스처럼. 10월 2일부터 10월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 1644-2003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