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 없는 잡종견으로 태어나 소외된 세상 이곳저곳을 배회하는 똥개. 똥개의 발길이 닫는 곳은 전부 자기와 같이 처량한 신세의 사람들뿐이다.

철저히 인간에게 의지하여 주인의 작은 행동에도 반사적으로 짖어대야 하는 아빠개와 엄마개를 보며, 개 줄에 묶인 자유를 스스로 풀어낸 새끼 강아지. 집을 떠나 거리를 떠도는 새끼 강아지의 시선을 통하여, 이 세상이 똥개로 취급하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1991년 <노동자를 싣고 가는 아홉 대의 버스>를 통해 소외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던 극단 '사람들'이 세월이 흐른 지금, 그들의 삶은 얼마나 변해 있으며 이 시대의 '평등'이란 가치 안에 과연 얼마만큼의 진정성이 묻어나 있는지를 되묻고 있다.

집을 탈출한 어린 똥개는 베트남 여성과 한국 남성이 결혼한 다문화 가정을 방문하기도 하고, 중증 장애를 갖고 있는 부부를 만나는가 하면, 교육계에 만연한 학력중시 사상으로 끝내 자살하게 되는 한 학생을 만나기도 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2010년 오늘날의 사회상을 꼬집는 가장 아픈 얼굴이기도 하다. 모두가 차가운 시선을 보낼 때, 똥개만큼은 이들에게 더없이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어린 똥개의 모험담을 통해 이 시대의 희망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공연이다. 10월 1일부터 11월 28일까지. 대학로 상상아트홀 블루. 02)3676-3676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