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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아트의 새 장을 열다

<이이남 >전
제22회 선미술상 수상, 디지털시대 새로운 미술 패러다임 주도
  • 9.11-치유. 가변설치 미니빔 프로젝트 7min 30sec
"스물 두 번째 수상이라는데 제 이름과 같아 묘한 생각이 듭니다."

선화랑이 제정한 선미술상의 22회 수상작가로 선정된 이이남은 '특별한 수상'에 대해 유머스럽게 말을 꺼냈다.

선미술상은 35 ~45세 국내 작가 중 독창적 작품세계를 창출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올해가 22회이나 회화, 조각에 새로 추가된 설치 및 디지털 테크놀러지 부문에서 이이남 작가가 첫 수상자다.

선화랑 측은 수상 배경에 대해 "미디어아트가 대중에게 다소 생소했을 무렵부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독자적이고 괄목할 만한 조형적 성과를 이룬 점과 함께 미술의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이 작가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이남 작가는 본래 조소를 전공, 공모전 상을 휩쓸 정도로 자질을 보였으나 이후 영상작업으로 전환해 국내외에 널리 알려졌다.

  • 글자를 투하하라-도포. 빔 프로젝트 7min 30sec
"조각을 하면서 재료의 한계성에 고민했는데 은사인 신현중 교수님을 통해 현대미술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영상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로댕이나 미켈란젤로를 꿈꾸었던 이 작가는 모든 소재가 작품이 될 수 있고, 무한한 자율성이 있는 현대미술에 눈뜨면서 미디어아트로 나아갔다. 초기에는 TV나 컴퓨터 모니터에 전통 한국화를 융합해 그림과 소리,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신개념 작품을 만들었다.

그가 디지털에 한국화, 동양화를 입힌 것은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그림과 관련 있다. 전남 담양이 고향인 그는 주변에서 쉽게 남종화(南宗畵)를 접할 수 있었고, 동양화가 늘 인간의 삶 속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소치 허련, 남농 허건, 안견, 신사임당의 명화는 이 작가의 영상작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림 속 꽃잎이 바람에 휘날리고, 나비와 새가 날며, 대나무 위에 눈이 쌓이고, 겨우내 잠자던 몽우리 위에 싹이 튼다.

그의 작업은 서양화에도 이어져 다빈치, 벨라스케스, 모네, 세잔, 반 고흐, 클림트, 마그리트를 거쳐 워홀, 리히텐슈타인의 작품까지 서양의 고전과 현대 명화들은 21세기 디지털과 만나 새로운 예술 세계를 연다.

  • 그곳에 가고 싶다. 빔 프로젝트 5min 30sec
몇해 전부터는 '모네와 소치의 대화', '겸재 정선과 세잔' 작품처럼 동서양화가 크로스오버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09-금강전도', '신-단발령 망금강' 작품에서는 금강산에 첨단도시를 나타내 국내 정치상황이나 산업화 문제를 제기하는 등 다양하게 진화, 변주되고 있다.

이이남 작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미덕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단절된 시간과 공간을 연결, 응고된 시간 속에 영원히 정지되어 있던 이미지들을 되살려 현대와 교감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이남 작가는 선미술상 수상기념으로 13일부터 열리는 전시에서 새 작품으로 디지털아트의 진수를 선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평면에서 벗어난 설치작품들로 도포작품들과 가변 설치한 빌딩작품이다. 특히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레고로 만든 미니 모형에 산수화가 투사되는 '9.11-치유'작품은 서양에서 일어난 테러를 동양의 회화, 사상으로 치유하는 것을 의미하며 작가가 추구하며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엿볼 수 있다.

2~3m 크기의 흰색 도포 위에 커다란 비행선이 떠 있는데 거기에서 헬기와 글자 영상이 떨어지며 도포에 산수화를 그리는 것도 전쟁을 동양의 평화사상으로 감싸 안는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 단원 김홍도 '묵죽도'. 모바일
프랑스 점묘파 화가 조르주 쇠라의 작품과 남농 허건의 산수화와 데미안 허스트의 '닷'(dot) 페인팅이 한 화면 속에서 움직이며 결합하는 '크로스 오버 쇠라', 고인돌, 맹꽁이 서당, 머털도사 같이 추억의 만화 캐릭터들이 고전 산수화 속에서 노니는 병풍작품도 눈길을 끈다.

세계 명사들이 프린트된 돈의 이미지가 6대의 TV 모니터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아이러브 머니'는 이색적이고, 동서양의 명화에 작가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한 '그곳에 가고 싶다'는 관객의 호기심을 이끌어낸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은 디지털 테크놀로지 기술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 앱(application) 을 이용한 작품을 여럿 선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작품의 이미지를 모바일에 담아 보는 것을 뛰어넘어, 작품 그 자체를 휴대할 수 있게 된 것을 말하며 대중에게 다가가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이남의 모바일 앱 작품은 미국 애플사의 앱스토어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 '새롭고 주목할 만한(new and noteworthy)' 앱으로 선정돼 있다. 또한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등 세계 각지의 모바일 폰 사용자들이 그의 작품을 접속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윤진섭 교수(호남대)는 "이이남은 '사회적 관계망(social networking)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활용한 작가이자, 모바일을 이용한 작품을 통해 '손끝의 예술'을 만개하게 할 작가"라고 평했다.

  • 쇠라-아이패드,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로 구동하는 이이남의 작품. 조르주 쇠라의 작품을 영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아니에르의 물놀이'가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로 서서히 변하는 내용이다.
이이남의 디지털아트는 이미 세계가 주목, 지난해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렸던 <코리안 아이-문 제너레이션>에 참가했고, 2008년 세비아 비엔날레(스페인 알함브라 궁전), 2007년 <아시아의 새로운 물결>(독일 ZKM미술관) 등 유수의 국제전에 초대돼 관심을 모았다.

이달 10월에는 제1회 난징비엔날레에 참가하고, 11월엔 인도 국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동방의 등불>전에 초대됐다. 선화랑 전시는 10월 30일까지. 02)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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