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코, 입이 지어낸 수만 가지 가면놀이에 놀아났던 순수한 감정들이 세련된 옷을 벗고 진정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가장 원초적이고 솔직한 방법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실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18세기 프랑스 작가 마리보가 쓴 <논쟁(La Dispute)>이란 작품은 세상과 완전히 격리돼 살아온 두 쌍의 성년들을 한 실험 공간에 초대하면서,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 변심하는 과정 등을 세세하게 관찰하고 있다.

국내에 두 번째로 소개되는 마리보의 이 작품은 2009년 초연 당시 4명의 성인남녀가 알몸으로 출연하여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10년에는 더욱 거칠어진 원시버전 <논쟁B.C>로 더욱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특히 이번 연출을 맡은 임형택(극단서울공장 예술감독)은 원작의 클래식한 무대장치를 하나의 실험공간으로 새롭게 연출하면서 관객들에게 실험관찰자적인 시각을 부여하였다. 1차원적인 욕구만이 가득한, 가장 솔직한 감정을 가진 네 실험 대상자들은 그야말로 원초적이고 순수한 사랑의 과정을 겪게 되면서 자아와 상대성을 발견하고 서서히 사회화된다.

인간의 감정을 실험하는 이 공간 속에서 우리는 더욱 명백해진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10월 7일부터 11월 7일까지.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 02)745-0334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