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 영웅으로 미화된 셰익스피어의 '맥베드'는 자신에게 드리운 비극적 운명 안에 폭력과 독재라는 잔혹한 얼굴을 숨겨왔다. 우리는 비극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동정했고,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용서했다. 하지만 이는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신화에 불과하다.

현실 속의 맥베드는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수많은 희생의 피를 머금고 살아간다. 세상은 바뀌어도 인간의 역사는 반복되며, 권력을 향한 피의 메커니즘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공연창작집단 뛰다는 맥베드라는 인물 안에 내재된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과 권력욕을 한 치의 미화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인간의 역사 속에 세워진 폭력의 정당성에 더 이상 기만당하고 현혹되지 않기 위해 그들은 '광대'라는 경계에 선 인물들의 입을 빌린다.

광대는 세상 속에 살되, 세상에 속하지 않는 경계에 선 인물로 침묵을 통해 모든 것을 말하며 온화한 미소 속에서 울부짖는다. 그들이 내뱉는 알 수 없는 단어들과 미친 몸부림은 마치 굿판의 무당들처럼 관객들을 '절대'의 세계에 가닿게 한다. 이러한 즉흥적인 몸짓은 프로젝트그룹 욤의 라이브 음악과 함께 하며 무대를 더욱 박진감 넘치게 만든다. 10월 22일부터 10월 31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 010)4712-1117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