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 한스 베그너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가구와 조명 한 자리에

스웨덴에서 불어온 이케아 열풍은 북유럽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한층 고조시켰다. 순백의 설원에 빼곡히 자리한 자작나무 숲. 여름엔 해가 지지 않는 백야현상이 나타나고 운이 좋으면 태양풍이 뱉어내는 찬란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신비의 땅.

이렇게만 그려지던 스칸디나비아의 이미지에 '디자인'이 더해졌다. 나무나 가죽을 활용해 심플하면서도 멋스럽고 더불어 실용적이기까지 한 디자인은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길고 어두운 겨울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그들이 자연스럽게 집안의 가구나 조명을 이용해 편안하고 쾌적한 공간을 만드는데 관심을 기울여온 덕이다.

서울옥션은 올해 세 번째로 진행하는 디자인 경매의 테마를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으로 정했다. 지난 10월 15일 경매에 앞서 9월 30일부터 10월 14일까지 평창동과 강남점에서 경매에 오를 99점의 작품을 미리 전시했다. 한스 베그너, 폴 케홀름, 콜드 크리스텐센과 요하네스 한센, 칼 한센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가구와 조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보는 의자가 아닌 앉는 의자를 만든다'는 지론을 가졌던 한스 베그너는 '의자의 명장'으로 불린다. 500개 이상의 의자 디자인을 작업해 덴마크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갈대로 엮은 시트를 사용하던 당시, 처음으로 코드 지(paper cord) 사용으로 의자의 패러다임을 바꾸기도 했다.

이번 경매에는 '발 받침이 딸린 윙 체어(Wing Chair with Ottoman)'가 눈 여겨 볼 작품 중 하나였다. 100점 한정 제작되었던 이 의자는 고요하면서도 날렵한 디자인을 뽐낸다. 이번 경매에 나온 베그너의 소박한 디자인의 의자 중 하나는 케네디 대통령이 사용해 유명세를 떨친 작품도 있다.

폴 헤닝센 'PH Lamp'
이번 경매의 대표작은 폴 케홀름의 테이블 세트와 입 코포드 라르센의 1956년 작인 '엘리자베스 소파'가 꼽혔다. 단순하면서도 세심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디자인의 폴 케홀름은 '현대 디자인의 고전'이라는 평을 받는데, 단풍나무로 제작한 식탁과 의자에선 절제된 우아미가 두드러진다. 그는 목재 외에도 철재나 그린란드 대리석과 같은 다양한 소재에도 깊은 관심을 뒀다고 알려진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주문해 '엘리자베스 소파'란 이름을 갖게 된 입 코포드 라르센의 작품은 소파의 앞 뒤 지지대가 미세하게 다르다는 특징을 가진다.

1951년, 뉴욕에 있는 UN본부의 회의장 인테리어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핀율은 덴마크 가구 디자인에서 처음으로 국제적 성공을 거둔 디자이너다. 이번 경매에서는 핀율의 대표작들도 눈에 띄었다. 그의 가장 아름다운 소파로 불리는 '베이커 소파'와 펠리컨 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펠리컨 체어'로 '베이커 소파'는 손바느질로 완성해 가치를 높였고 '펠리컨 체어'는 그 곡선이 특히 아름답다.

'팬톤 컬러'가 나올 정도로 '색상이 형태보다 중요하다'도 강조했던 베르너 팬톤의 램프와 의자도 등장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혁명을 주도한 이들 중 한 명인 그가 처음부터 모던 스타일을 추구했던 건 아니다. 1930년대부터 서서히 작업 스타일을 바꾸기 시작한 팬톤은 점차 원색적인 색채와 유머러스한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덴마크에서는 처음으로 신소재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도 했다.

'조명'하면, 세계 최초로 조명이론을 세운 폴 헤닝센을 빠뜨릴 수 없다. 그의 디자인도 5점 출품됐다. 그가 개발해 훗날 'PH-Lamp'로 불리게 된 램프는 덴마크 조명의 고전으로 불린다. 1924년 다층의 갓으로 된 램프를 처음으로 제작했는데, 이 갓들은 크기와 위치, 형태에 따라 빛의 분배하는 역할을 했다. 상당히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제작된 이 램프를 기반으로 그는 이 시리즈의 조명을 평생 제작했다. 그의 'PH-Lamp'는 1950년대 뉴욕 MoMA(뉴욕근현대미술관)에 영구소장 되어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3회 디자인 경매에서는 가구와는 다르게 화려한 문양이 돋보이는 스칸디나비아의 도자기와 국내 젊은 작가들의 회화와 조각 작품 18점도 소개됐다.

폴 케홀름 '테이블세트'

한스 베그너 '발받침이 딸린 윙 체어'
입 코포드 라르센 '엘리자베스 소파'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