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며'
작품을 보는 순간, 화려하고 다양한 색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러나 자칫 작품을 들뜨게 할 수 있는 이러한 색감은 검은 필선과 목탄, 먹 선이 만들어낸 탄탄한 구조로 작품의 균형을 잡는다. 그림은 마치 산책하듯 진행된다.

눈으로 들어오는 주변의 평범하고도 소박한 풍광들, 그리고 머릿속에 즉흥적으로 오가는 수많은 생각들. 이는 아무런 규칙성 없이, 일정한 시점 없이 그저 일련의 사건이 나열되듯 떠오른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작품 속에 그대로 투영했다. 계획이나 의도를 밀어낸 자리에 우연적인 감정을 담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 속엔 일정한 시점도, 주인공도 없다. 풍경 구석구석, 아무도 담아내지 않을 법한 소재를 그려 넣고, 마음에 드는 장면을 겹쳐 그리기도 하며, 일부로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선을 통해 뚜렷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복수의 시점과 시간은 선 위에서 자연스럽게 하나로 흘러가며, 그렇기에 풍경은 부담 없이 그것의 일상성과 소박함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10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갤러리 더케이. 02)764-1389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