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스침에도 모든 것을 내놓는 식물이 있다. 사람의 손길 한 번에 생명을 거는 '유츄프라카치아'.

그저 지나가는 관심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사랑에 희망을 건다는 것은 얼마나 혹독한 일인지, 잎을 떨구는 유츄프라카치아의 모습이 이를 대변한다. 하지만 이런 유츄프라카치아도 사랑으로 매일 매만져 준다면, 살아날 수 있다. 바로 연극 <유츄파라카치아>처럼.

미국 남북전쟁 직후 태어난 애니. 가난과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고, 동생과 함께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주민보호시설에 수용되지만 이내 동생마저 곁을 떠난다. 누구보다 간절히 부모의 손길과 누군가의 따뜻한 애정을 필요로 했던 애니는, 반대로 '반응성 애착장애'를 보이며 마음의 문을 닫는다.

스스로의 감옥에 갇혀, 누군가의 손길조차 공포로 다가왔던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치료제는 바로 '사랑'이었다. 단 한 번 스쳐 지나가는 손길이 아닌, 어머니의 품처럼 영원히 따뜻한 사랑.

바로 언제나 애니 곁을 지켜줬던 간호사의 사랑이었다. 우리는 모두 가슴 속에 애니와 같은 외로움이, 사랑에 대한 두려움과 갈구가 공존해 있다. 이 연극을 통해 관객들은 내 곁을 지키는 사람들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0월 9일부터 11월 21일까지. 문화공간 엘림홀. 070)4125-0627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