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량ㆍ보온성 등 다양한 기능성에 스타일로 승부
아웃도어는 기능성에 충실한 제품들이 넘쳐났지만, 현재는 기능성과 더불어 스타일이 부각되면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법칙을 이어가고 있다. 에고이즘이 자리잡은 현 시점에서 이제 아웃도어도 스타일이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헝가리산 구스(Goose)다운이 대세라고?
올해 하반기 '거위털' 전쟁이 시작됐다. 20여 년 전 소위 '오리털 파카'라는 점퍼가 대한민국을 강타한 적이 있다. 보온성 면에서 솜보다 뛰어나고 무게도 가벼워 그 시절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오리털 파카 한두 벌은 갖고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20년 후 오리털 시대는 가고 거위털 바람이 불고 있다. 그것도 그냥 거위털이 아닌 가슴 부분의 여리고 보드라운 털이 아웃도어의 새로운 트렌드다.
보온성은 두말 하면 잔소리. 아웃도어 브랜드 별로 그 제품들을 살펴 보면 부피까지 확 줄인 초경량 제품이 대부분이다. 더불어 가벼워서 여성들이 즐겨 입기에도 편하며, 여성스러움을 맘껏 살린 슬림한 허리라인을 강조한 디자인도 쏟아지고 있다.
남성들도 풍성한 점퍼 대신 가볍고 활동성 있는 구스 다운재킷을 찾고 있다. 여기에 트레킹이나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기능성과 함께 무게감이나 디자인에도 소비자들의 만족감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심에 바로 거위털이 자리를 차지한 셈.
그럼 여기서 잠깐. 다운재킷, 구스 다운, 솜털과 깃털 등의 차이를 아는가? 먼저 다운재킷은 패딩재킷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다운재킷은 충전재(보온재)로 오리나 거위 등의 털을 사용하지만, 패딩재킷은 솜을 사용하며 그만큼 가격이 저렴하다.
또 구스 다운과 덕(오리) 다운의 차이점은 역시 보온성인데, 거위털은 구조상 오리털보다 공기층을 많이 머금기 때문에 보온성이 더욱 뛰어나다. 다운재킷은 오리털보다 얇고 보온성이 뛰어난 거위털을 사용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특히 다운재킷을 고를 때는 꼭 재킷을 만져봐야 한다.
이처럼 최근 출시된 제품들만 봐도 거위털의 값어치를 알 수 없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NEPA)는 '초경량 베가 윈드프로 헝가리 구스 다운재킷'을 출시했다. 아이더도 '네로 슬림 다운재킷'을 내놓았다.
이름부터 어려운 이 제품들은 헝가리산 구스다운을 사용해 보온성과 무게에 힘을 더했다고 한다. 여기에 옆 선에 폴라텍 윈드프로 소재를 사용해 신축성까지 높여 활동성과 더불어 허리 라인을 잡아 슬림한 구스 다운재킷을 만들었다. 에이글도 고밀도 경량 원단에 '600필' 파워 거위털을 사용한 '벨토 다운재킷'을 내놓았다. 특히 곡선의 퀼팅라인(누빔처리)이 날씬한 피팅감으로 스타일까지 살렸다.
르까프도 '초경량 다운재킷'을 출시했다. 고품질의 거위털을 충전재로 사용해 경량성과 보온성에 촉감까지 보드랍다. 역시 퀼팅라인을 내세워 여성스럽고 경쾌한 느낌까지 배려했다.
트레킹, 산행을 위한 스타일링은 따로 있다? 스커트를 입으라고?
그렇다면 겨울철 트레일 워킹, 트레킹, 등산을 할 때 어떻게 아웃도어를 입어야 할까?
장시간을 걷는 트레일 워킹이나 트레킹을 할 때에는 레이어드 스타일이 좋다. 오래 걷는 동안 체온의 변화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때 상의는 얇은 소재의 의상을 여러 벌 겹쳐 있는 게 좋다.
다소 쌀쌀한 날씨라면 재킷보다는 다운 베스트를 입어 보온성을 높이면서 활동성도 만족할 수 있다. 그러다 눈이나 비가 오는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방수와 발수 기능이 있는 기능성 고어재킷이나 하이벤트 재킷도 좋은 아이템이다.
하의는 신축성이 좋아 활동하기 편한 팬츠를 입거나, 레깅스와 짧은 쇼츠로 레이어드하면 보온성과 활동성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레깅스는 일반 레깅스보다 기능성 레깅스를 선택하는데, 아웃도어 활동 시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혈류를 촉진시켜주는 제품도 있다.
그런데 트레킹이나 산행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걸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했다. 바로 스커트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만들어진 아웃도어가 스커트인 셈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와 아이더는 여성용으로 각각 '베이직 스커트'와 '티파니 다운스커트'를 선보였다.
베이직 스커트는 미니쥬리 소재를 사용해 신축성이 탁월해 레깅스와 레이어드 스타일로 착용하면 좋다. 티파니 다운스커트는 한겨울 산행 시 등산 바지 위에 역시 레이어드 한다. 보온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 동시에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가능하다.
아이더의 김연희 기획팀장은 "올 가을 아웃도어는 지난 시즌에 이어 초경량화·기능성·전문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테크니컬 디자인이나 심플한 캐주얼 스타일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며, "지난해 밝고 경쾌한 비비드 컬러가 유행했다면 올해에는 블랙, 와인, 올리브, 브라운 등 색채의 농도가 낮은 중간색계의 고상하고 세련된 컬러가 유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플룩, 트렌치코트-아웃도어와 캐주얼의 경계를 허물다
회사원 강대성(50)씨는 아내와 함께 산악회 활동을 하면서 부부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고 말한다. 걸으면서 그간 마음 속에 쌓아두었던 말들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서 대화하는 방법도 배웠다고 한다.
또한 산행을 위해 두 사람이 함께 옷이나 장비 등을 준비하면서 서로에 대한 관심도 깊어졌다. 최근 아웃도어가 기능성뿐만 아니라 패션 스타일에서도 손색없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일명 '커플룩' 패션을 선도하고 있다.
네파 측은 "건강과 운동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야외활동이 늘고 있다"며 "특히 컬러나 디자인에 작은 공통점을 맞춰 커플룩을 연출하는 부부나 연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가 잦은 요즘 바람막이 점퍼는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비가 오면 후드를 써 방수처리가공 된 소재로 비에 대비할 수 있고, 일교차가 큰 계절에 입고 벗기가 용이해 추우면 입었다가 더우면 작게 접어 가방에 넣어 보관할 수 있다.
여성들을 위한 트렌치코트를 가장한 아웃도어들도 있다. 힙을 덮는 미디 길이의 코트는 보온성과 실용성이 뛰어나지만, 길이감 때문에 자칫 잘못 입으면 다리가 짧아 보이거나 몸이 부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다리 라인을 부각시키는 레깅스나 스키니진 또는 짧은 스커트와 함께 매치하면 활동적이면서도 여성스러운 느낌으로 연출할 수 있다. 날씨가 더 추워지면 얇은 패딩점퍼 위에 덧입어 보온 효과를 높일 수 있어 더욱 실용적이기도 하다.
김연희 기획팀장은 "최근 일상복과 아웃도어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아웃도어 제품의 디자인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