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공연, 뮤지엄 위크, 지식포럼 등 문화예술행사 잇달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기념음악회를 연 서울시향과 지휘를 맡은 정명훈
청계천 일대가 온통 빛으로 물들었다. '희망의 숲'을 주제로 열리는 서울 세계등축제(11월5일~14일)에는 G20 정상회의의 성공을 기원하는 가로 15m, 세로 3m의 대형 등도 내걸렸다. 오는 11일, 12일 양일간 열리는 서울 G20 정상회의 기간을 전후로 시내 곳곳에서 문화예술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정명훈 예술감독의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기념음악회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막처럼 열렸다. 같은 날 종로구 계동 북촌문화센터에 마련된 <설레임전-한옥 공간에 따른 전통문화소품전>에서 규방공예 및 문방사우 용품이 전시됐다.

삼청동에서는 14일까지 '삼청로 문화축제'도 열린다. 이외에 전통공연과 뮤지엄 위크, 지식포럼도 잇달아 열리며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서울시민들에게도 좋은 문화체험의 기회가 되고 있다.

한국의 멋에 취하다

현재 한국의 무형문화 중 8종목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이 2001년 첫 테잎을 끊은 후, 2003년 판소리, 2005년 강릉단오제, 그리고 지난해 9월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등이 추가로 등재됐다.

국립창극단의 <청>
이중 '종묘제례악', '판소리', '처용무',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등을 국립국악원에서 마련한 G20 특별공연 <한국의 멋, 한국의 미>(11월 11일~12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만날 수 있다.

이날 공연은 조선시대 궁중음악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판소리, 독특한 모양의 탈을 쓰고 추는 궁중무용 처용무가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이어 강강술래가 흥을 돋우면 남사당놀이의 여러 연희 중에서도 남사당놀이 인형극이 대미를 장식한다.

각국의 귀빈, 수행원, 단, 주한 외국인, 방한 경제인을 초청해 진행하며 관람을 원하는 일반 관객은 국립국악원 홈페이지(www.gugak.go.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매회 선착순 200명.

2006년 전주 세계소리축제 초연 이후 7만 여 명이라는, 국악 창극 중 최다 관객을 동원한 국악창극단의 <청>은 11월 1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판소리 5대가 중 '심청가'를 음악극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안숙선 명창을 비롯한 소리꾼들과 국립창극단 기악부, 국립국악관현악단 40인조 오케스트라가 펼치는 풍부한 선율의 음악이 압권이다.

여기에 16m 회전무대에서 펼쳐지는 인당수 장면 등의 무대 연출은 한국 음악극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됐다.

아르코 미술관 전에 설치된 Letha Wilson의 'You Have What is Here and Now'
창극 <청>에서는 기존의 판소리 '심청가'의 '상여소리', '뱃노래'· '방아타령', '화초타령' 등의 주요 대목을 판소리와 합창으로 들을 수 있다. 특히 판소리 명곡 '추월만정'은 백미로 꼽힌다. 주한 외교관 등을 초청해 진행되며 일반 관객은 티켓을 구입하면 된다. 티켓분량은 100장, 관람료는 1만∼5만 원이다.

미술관에 가면…?

미술계도 G20 정상회의에 즈음해 크고 작은 기획전을 마련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덕수궁 미술관, 아르코미술관, 소마미술관은 G20을 기념해 11월 9일부터 14일까지를 'Museum Week'로 정했다.

일주일간 개관시간을 저녁 9시까지 연장하고 전시 입장료를 할인하거나 무료 입장의 혜택을 주고, 각 미술관에는 클래식 공연, 비주얼 퍼포먼스, 영화상영 등 부대 문화행사도 열린다. 아르코미술관의 환경기획전 <초록으로 물든 녹색>전에는 8개국 미술가,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매체와 첨단 기술을 결합한 뉴미디어 작품 20여 점이 선보인다.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1950년대의 유영국과 1세대 모더니스트>전은 G20 정상회의 개최일인 11일에 오픈해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린다. 국내외들에게 한국 대표작가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 장욱진 등이 반세기 동안 일군 추상화의 흐름을 보여줄 예정이다.

아르코 미술관 전에 전시 중인 Ahmad Nadalian의 Sand Print
현재 <피카소와 모던아트>가 전시 중인 덕수궁 미술관에선 12일과 14일 양일간 'K-arts String Quartet'의 현악4중주 공연이 열린다. <한국 드로잉 30년, 1970-2000> 전시가 열리는 소마미술관에선 13일과 14일 양일간, 김홍도, 신윤복, 김준근, 장승업 등 조선시대 화가들의 삶과 예술을 담은 영화가 상영된다.

아르코 미술관( 전)과 아르코 예술극장에서는 9일과 10일 양일간 <광합성 엑시톤>, <나무> 등의 비주얼 아트퍼포먼스와 전시 참여 아티스트들의 토크가 이어진다.

세계 지성이 플러스하는 아이디어

'18분의 감동'이라 불리는 미국의 TED포럼은 세계의 지성들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강연을 통해 집약적으로 전달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기술(Tech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 등의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1990년부터 매년 포럼이 개최된다. 세계 명사들의 강연은 TED사이트에서 무료 동영상으로 제공되고 있어 국내에도 상당한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다.

오는 9일과 10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G20 정상회의를 기념해 열리는 '테크플러스(techplus)'는 미국 TED의 형식을 빌려 온 지식포럼이다. 기술(technology), 경제(economy), 문화(culture), 인간(human) 등의 결합을 상징하는 tech. '테크플러스'는 이들이 네 가지 요소가 더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자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다. 그야말로 지식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통섭이 이루어지는 자리인 셈이다.

대규모 지식 콘서트라고 해도 좋을 이번 포럼에는 국내외 명사들이 강연자로 나선다. 타드 브래들리 HP 수석부회장, 유럽 최고의 경제 석학 이브 도즈 교수(인시아드 경영대학원), 천재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타임지가 주목한 21세기형 지식인 재런 레이니어, 세계 산업디자인계 거장 카림 라시드 등이 내한한다.

국내 강연자들은 황창규 지식경제R&D 전략기획단장, 정재승 카이스트 뇌공학과 교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차세대 미디어 아티스트 신기운 등이 연사로 나선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