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경 화백 초대전] 주제 자연 담은 25점의 신작들

박인경 화백
80대 현역, 의 초대전이 1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다. 그동안 고암 이응노 미술관의 명예관장, 파리의 동양미술학교 설립운영 등 이응노 화백의 아내로서, 이 화백의 생전과 사후에 끊임없이 헌신적으로 내조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화여대 동양화과의 1회 졸업생으로 줄곧 창작활동을 해온 박 화백의 본령은 예나 지금이나 화가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박 화백은 이응노 화백의 활동 당시 독일과 일본 등지에서 부부 전시 혹은 개인전을 열면서 틈틈이 작품 활동을 해왔다. 올해 83세의 박 화백은 어느새 자신의 나이가 고암의 별세 나이와 엇비슷해졌다는 생각을 하며, 창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996년에 열린 서울 개인전에서 '문자도'를 선보인 박 화백은 올해 자연을 담아냈다.

<나무·숲 이야기>를 주제로 모인 25점의 신작들은 파리의 풍경을 담아낸 꽃과 나무, 숲, 비와 같은 자연이다. 비단 파리가 아니라도 어디에나 있는 자연의 정경을 지필묵을 통해 구체적인 형상을 혹은 추상적으로 그려냈다. 장대비를 그린 <비 1>은 빗줄기로 화면이 가득 차있어 마치 빽빽한 우림에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먹을 흩뿌린 듯 무수한 점이 산재한 <비 2>는 장대비와는 또 다른 경쾌한 빗방울이 방울방울 내리치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곧게 뻗은 나무 사이에서 촘촘히 자라난 잎사귀는 하늘을 검게 덮었다. 추상적인 그림은 물론 풍광을 재현하는 작품조차도 작가의 사의적 표현이 돋보인다.

별꽃,70x69,2007,종이에 먹 채색
이들 작품은 수묵화이면서도 유화제작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수묵화처럼 한번에 그려내며 농담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붓질을 반복하면서 먹의 농담을 조절하고 있다.

결국 이런 방식은 하얀 여백의 미학이 살아 있는 전통적인 동양화와 경계 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백을 간과한 검은 그림, 이를 두고 '검은 여백'이라고 부를 수 있다.

화면 전체가 여백, 검은 색깔의 여백인 것이다."(미술평론가 윤범모) 검은 먹과 의 사유가 빚어낸 이국의 풍경은 현대적 감각과 만나 색다른 수묵화를 완성해내고 있다. 공아트스페이스 2층 전시장에서 12일까지 계속된다. T. 02-730-1144


나뭇잎,70x68,2007,종이에 먹
비2,105x105,2009,종이에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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