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마타 파티 콘서트] 클래식 공연 속 숨겨진 흥겨움과 떠들썩함… 새로운 경험

왼쪽부터 윤보영, 박경리, 허기선, 오용건
격식을 갖추고 공연장 객석에 앉아서 듣는 클래식 음악보다 쇼핑 카트를 끌다가, 볼만한 책을 뒤적이다가, 혹은 길을 가다가 듣는 연주가 유독 귀를 매혹시킬 때가 있다.

클래식 음악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의외의 장소가 주는 생경함은 '연주자가 악보에 충실한가?', '이 순간에 박수를 쳐야 하나?'와 같은 부담을 주지 않는다.

지나친 긴장과 기대가 무장해제된 순간 소음을 뚫고 들리는 선명한 음색, 그 순간은 오로지 음악과 음악을 듣는 자만이 존재한다.

클래식 엄숙주의에 반기를 들었던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가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각자 '편안하게' 음악 감상을 할 것을 주문한 데에도 이런 의도가 숨어 있었다.

이제 클래식 연주자들이 '어떻게 하면 청중에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대다. 자연히 공연장엔 '해설이 있는 클래식' 공연이 많아졌고, 길거리에서, 마트에서, 서점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리한 연주자들을 만나기도 어렵지 않다.

윤보영, 박경리(바이올린), 오용건(비올라), 허기선(첼로)으로 구성된 '페르마타'도 이 같은 고민을 안은 연주자들의 앙상블이다. 서울대학교 강의실, GS건설, 신세계 이마트, 조계사까지 무대가 안 될 곳은 없다. 찾아가는 콘서트에 밀도를 더해내 정기적으로 '파티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11월 13일 삼성동에 있는 이브 갤러리에서 열리는 '페르마타 파티 콘서트'는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정기공연은 홈패션 전문기업인 이브자리의 후원을 받고 있다.

공연 중엔 작곡가의 삶을 재조명하는 해설이, 인터미션에는 와인과 막걸리 그리고 다과가 곁들여진다. 파티라는 단어를 굳이 끌어들인 이유도, 클래식 공연 속에 숨겨진 흥겨움과 떠들썩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매번 한두 명의 작곡가가 파티의 주인공이 된다. 그동안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 거쳐 갔고 앞으로는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바르톡, 필립 글래스, 윤이상까지 시대별로 훑는다.

이번 공연은 베토벤이 3회에 이어 두 번이나 파티의 호스트로 자리했다.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 '10번 하프'와 '13번'이 연주된다. 파티의 떠들썩함 사이로 들려오는 베토벤의 음악은 청중들에게 어떤 새로운 경험을 안겨 줄 수 있을까.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