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우고르스키 바이올린 쇼케이스] 한 시간 내내 군더더기 없는 정교한 연주, 뛰어난 기교 보여줘

소년티를 채 벗지 못한 스물한 살의 바이올리니스트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손만 가져다 올리면 자동으로 연주되는 바이올린을 가진 양 내내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지난 11월 9일,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바이올린 연주자 유진 우고르스키의 쇼케이스 현장에서다. 내년 2월 내한 리사이틀을 앞두고 그의 쇼케이스가 마련됐다.

차이콥스키의 '소중했던 시절의 추억', 파가니니의 '칸타빌레 D 장조', 비에냐프스키의 '폴로네이즈 브릴리안테 2번', 라벨의 '치간느', 이자이 소나타 3번 등 소품 위주의, 그의 표현대로 '라이트 레퍼토리'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시간 내내 들려준 군더더기 없이 정교하고 명징한 연주는 이 젊은 연주자가 가진 뛰어난 기교를 가늠해보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그가 사용하는 바이올린 과다니니의 영향도 적지 않다. 과르네리, 스트라디바리우스와 함께 3대 명기로 불리는 과다니니는 짙은 호소력과 다양한 뉘앙스를 만들어내는 악기로 유명하다.

유진 우고르스키의 경우 중량감 있는 레퍼토리에서 무게감을 잃지 않고 연주하는 데에 이 악기가 큰 몫을 차지한다는 평이다.

그런데 이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어디에서 나타난 것일까. 2년 전 서울시향과 한 차례 협연한 바 있지만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막심 벤게로프가 바이올린 대신 지휘봉을 잡기 시작하면서 혼란기를 맞은 세계 바이올린 시장에서 낭중지추처럼 나타난 유태계 러시아인이라는 점.

또한 러시아의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주목한 연주자로, 그의 절대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는 점 정도다.

2005년 모스크바 부활절 페스티벌에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면서 게르기예프와 인연을 맺었다. 게르기예프는 현장에서 유진을 로테르담 필 협연자로 초청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LA필, BBC 심포니, BBC 필, 로테르담 필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이어졌고 2008년 이후 미국, 유럽 등 오케스트라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유태계 러시아인이지만 태어남과 동시에 미국으로 이주한 유진 우고르스키는 전형적인 미국 청년이다. 이날 쇼케이스에 이어진 클래식 애호가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유진은 "러시아에서 태어나 미국의 음악 교육을 받아서 좋은 점은 한 나라 스타일에 치우침 없이 밸런스를 맞출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진 우고르스키는 내년 2월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자신만의 무대를 꾸민다. 마이애미 국제 피아노 페스티벌에서 유진과 듀오 연주로 호흡을 맞췄던 피아니스트 콘스탄틴 리프시츠가 리사이틀에서 반주를 맡는다. 그의 장기 레퍼토리인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이 연주된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