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란 고민은 어쩌면 삶이 아닌 죽음을 위한 고민일지도 모른다. 가난 앞에서 재물이 절박해지고, 질병에 직면했을 때 건강에 집착하는 것처럼 사람은 죽음을 떠올릴 때 삶이 절실해진다.

조상 대대로 염을 업으로 삼아온 집안에서 태어난 염쟁이 유씨. 그의 일상은 곧 죽음과 맞닿아 있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선 삶을 논할 수 없는 그의 인생은 곧, 우리의 삶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죽는 거 무서워들 말아.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 라고 말하며 마지막 염을 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삶을 위해 존재하는 소멸, 소멸을 위해 존재하는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처럼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고자 한 연극 <염쟁이 유氏>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진중한 고민을 담고 있지만, 무겁고 지루하기보다는 소박하고 진솔하며 유쾌하기까지 하다.

1인 15역을 해내는 모노드라마로, 이번 공연에선 일대 염쟁이 유순웅과 함께 임형택, 정석용이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각기 다른 염쟁이 유氏를 탄생시켰다. 전통 장례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 낯선 이웃의 죽음까지 기리던 우리네 삶의 미덕을 다시금 살려내고 90분간 마음을 울리는 진통과 감동으로 새로운 삶을 탄생시킬 공연이다.

11월 10일부터 2011년 11월 6일까지. 대학로 이랑씨어터. 02)3676-3676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