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언제나 먼 곳에만 머물던 시선. 그 아련함만이 아름다움인 줄 알았던 지난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가까운 곳에 피어난 작은 아름다움에 온 마음을 쏟는다.

인왕산, 북악산, 그리고 북한산 자락이 아름답게 펼쳐 보이는 효자동. 바로 김희숙 작가가 살고 있는 곳이다. 오랫동안 수묵작업에 매진했던 작가는 효자동에서 바라본 먼 산의 풍경들을 담고 또 담았다.

하지만 이번엔 '먼 산의 풍경들'이 아닌, 집 앞의 작은 뜰, '효자동의 뜰'을 작품 속에 담았다.

안개처럼 아련했던 색감이, 바로 눈앞에서 푸르게 피어난다. 두 눈에 가득 담긴 생동하는 빛깔이, 알록달록한 삶과 행복한 나날들을 함께 선사해 주었다. 잊고 있었던, 혹은 잊으려 했던 우리 주변의 소소한 기쁨.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낮추면, 집 앞의 뜰 속에도 아름다움은 숨 쉬고 있다. 작가는 시선이 다시 먼 곳을 향할 때, 다시 수묵화를 그리겠다고 한다. 가깝고 먼 거리는 중요치 않다. 그저 어느 곳이건, 우리가 행복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만인 것이다.

11월 17일부터 11월 23일까지. 갤러리 가이아. 02)733-337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