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ession12'
대자연의 권위와 폭력 아래, 살아남기 위해선 나를 버리고 너를 받아들여야 한다. 신의 지배 아래, 숙명적인 한계를 떠안은 피조물은 생존을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했다. '변신'은 생명체가 태생적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욕망이자, 절대자에 대한 적극적 순응과정이다.

작가 김양희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변신과 변이과정을 지켜보며, 그들의 원초적인 욕망과 생존본능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때문에 그의 작품 속 꽃들은 더 이상 식물적인 것이 아닌, 동물적인 욕망을 품고 대지에 묶인 발을 풀어내고자 발버둥친다.

이러한 피조물들의 생존본능을 두고 작가는 '하이브리드(hybrid)적 생명현상'이라 칭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대인의 생존본능을 발견한다. 인간 역시 변신과 변이를 거듭하며, 몸부림칠 수밖에 없는 한낱 피조물인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처럼 식물성과 동물성이 결합된 상상 속 꽃들이 만개한 몽환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Obsession 회화 연작 외에도 한지를 이용한 알 설치작품을 새롭게 선보이며, 작가만의 독특한 조형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11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포스코미술관. 02)3457-166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