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flower'
돌 위에 불어오는 바람 한 자락이 이내 사유의 꽃을 피워 낸다. 격정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섬세한 손길뿐이니, 이는 작가 백승관이 선보인 석판화 근작들을 통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風花'란 주제로 엮인 이번 작품들은 특히, 사물의 피상적인 이미지에 국한하지 않고, 내면의 심상의 언어들을 읽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이미지들의 구도, 오버랩된 생명체들의 의미 등을 파악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내, 알 수 없던 기호의 의미들은 마음만이 읽어낼 수 있는 고유의 언어로 환치되어 사유의 장을 열 것이다. 외래어로 표기된 해독 불가능한 기호들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며, 이는 자체로 해석될 순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의 작품은 마치, 지층 속의 화석과도 같다. 존재의 심연에 깃든 근원적인 아픔과 의문들이 그의 작품 위에서 화석처럼 살아있다. 회화적 범주 내에서 판화만의 장점을 통해 자신의 언어를 독창적으로 다듬어가는 백승관 작가의 작품은 격정과 온화의 이중주이다.

11월 2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갤러리 자인제노. 02)737-5751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