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마치 'scape', 즉 줄기처럼 이렇다 할 방향성을 지니지 못한 듯하면서도 그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뻗어나간다. 이토록 함부로 설명할 수 없는 움직임은 비정형적인 추상성을 지니고 작품 속을 유유히 떠돌아다닌다.
캔버스 위의 어떠한 움직임도 우리는 예측하거나 단언할 수 없다. 이는 작가 개인이 캔버스 위를 '그리고 채워나가는' 움직임의 일부이기도 하고, 작가 내면에 깃든 의식과 사유의 움직임이기도 하다.
이들은 강하게 뻗어나가면서도 이내 부서지고, 서로 충돌하면서도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 마치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
대립적인 힘이 화해하고 공존하는 곳, 강한 것이 마냥 강하지 않고, 여린 것이 마냥 여리지만은 않은 세계. 이곳이야말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Bodyscape'의 세계이다. 11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노암갤러리. 02)720-223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