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흔들리는 발걸음이, 그 자체로 '길'이 되는 곳. 발자국마다 흥건히 배인 시련도 이내 사랑이 되는, '산티아고 가는 길'. 언제부턴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의 이정표 역할을, 사랑을 잃고 헤매는 이들의 또 다른 사랑이 되어 주었다.

이별의 아픔을 지니고 산티아고로 떠난 남자가 있다. 반면, 이미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그의 옛 연인. 같은 길 위를 걷는 줄만 알았던 두 남녀는 이제 막막한 거리만큼이나 너무도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서로 얽히고설킨 수많은 길 위에서, 그러나 너무도 고독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들. 연극 <산티아고 가는 길>은 이토록 쓸쓸한 길 위에 피어나는 사랑, 그리고 이별에 대한 이야기다.

'부드러운 깐깐함'으로 사랑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출가 안경모와 영화 <싱글즈>, <가족의 탄생> 등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검증받은 성기영 작가가 만나 연극 <산티아고 가는 길>을 선보인다.

특히 충무로에 이어 대학로 무대로 그 영역을 넓힌 성기영 작가는 직접 산티아고 길 위를 걸으며, 그간의 만남을 통한 깨달음을 무대 위에 아낌없이 쏟아냈다. 뿐만 아니라, 직접 작사 작곡한 어쿠스틱 음악이 공연 내내 무대 위를 흐르면서, 노래극 형식의 감미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11월 19일부터 12월 5일까지. 연우 소극장. 02)744-709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