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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희망 심는 디지로그 공연

[희망의 망고나무 자선 콘서트]
  • 마임이스트 김종학의 퍼포먼스
무대 위의 소프라노가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넬라 판타지아'를 부르고 나면, 마임이스트가 등장해 무대를 휘젓는다. 잠시 후엔 패션모델들이 패션쇼를 시작한다. 모델들 뒤로 사막과 달이 중첩되면 어느새 무용가가 등장해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장르를 알 수 없는 '포스트모던'한 이 공연의 정체는 무얼까. 총체극이라고 하기엔 뚜렷한 서사도 보이지 않는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힌트는 '아프리카'라는 공간적 배경이다.

11월 1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이 색다른 공연의 정체는 <희망의 망고나무 자선 콘서트>. 사단법인 '희망의 망고나무(이하 '희망고')'와 멀티미디어 전문기업 디스트릭트가 협업해 기존의 자선 공연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아날로그+디지털로 업그레이드한 자선 콘서트

인자한 표정의 한 유명인사가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서 거의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어린 아이를 안고 있다. 그는 가져간 구호물자를 나누며 현지인들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마치 그는 카메라를 향해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당신들의 작은 도움이 필요하다'.

아프리카의 기아 난민을 돕기 위한 캠페인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그려진다. 영상이 나가는 동안 화면 한쪽 구석에는 시청자들의 후원을 위한 ARS 서비스도 함께 진행된다. 때로는 보다 많은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자선 콘서트도 마련되곤 한다.

여기에는 대중가수들이 초대돼 자신들의 노래를 부르거나, 클래식 예술가들이 노래와 연주를 들려주곤 한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캠페인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다. 아프리카의 척박한 현실과 동떨어진 공연을 관람하는 것만으로는 그 어려움이 체감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라는 이역만리의 공간, 피부색도 다른 현지인의 사정이라는 이중의 물리적 거리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이 고민은 희망고 대표로 자선 활동을 꾸준히 해온 이광희 디자이너와 디스트릭트 최은석 대표의 만남으로 어느 정도 해결됐다.

두 사람은 더 이상의 관심을 일으키기 어려운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자선 콘서트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클래식, 무용, 마임, 패션 퍼포먼스 등 개별적인 공연 아이템에 공통적으로 아프리카라는 색깔을 덧입힌 것.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요소 사이를 매끄럽게 이어준 것은 홀로그래픽 영상 기술이다. '희망고'라는 콘텐츠와 디스트릭트의 기술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이때부터다.

이번 공연에서 사용된 기술은 '아키텍처 디스플레이'. 실제 건물 내외벽을 캔버스로 쓰며 비주얼을 구사하는 기술이다. 최은석 디스트릭트 대표는 "무대 앞쪽 벽을 캔버스 삼아 별이 떠 있는 아프리카 사막의 밤하늘, 어스름한 사막, 사막의 낮과 축제를 생생하게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체감 코드'는 기존 자선 공연의 한계를 효과적으로 보완한다. 끊임없이 시선을 끄는 미디어 아트는 개별 공연의 진부함을 불식시키며 그 안에 담긴 아날로그 콘텐츠를 세련되게 포장한다.

아프리카로의 새로운 여행 제안하는 희망고

희망고는 아프리카에서도 수단 지역의 기아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3월에 발족된 외교통상부 산하 사단법인 단체다. 디자이너 이광희를 대표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나경원 의원, 두레마을 대표 김진홍 목사, 디스트릭트 최은석 대표 등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후원자들의 기금으로 아프리카에 망고나무를 심는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많은 나무들 중에 하필 망고나무인 까닭은 아프리카의 척박한 땅에서도 한번 심으면 100년 동안 열매를 맺기 때문. 이런 특성 때문에 망고나무는 단순히 배고픔의 해결을 넘어 '희망'을 상징하는 나무가 된다.

우리 돈으로 약 2만 원 정도의 망고나무 한 그루는 어린이 한 명을 살릴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번 <희망의 망고나무 자선 콘서트> 역시 아프리카에 3만 그루의 묘목을 심기 위한 행사였다. 특히 이번 콘서트에서는 희망이라는 의미를 담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희망을 상징하는 '달'을 테마에 넣었다. 부제 역시 'Journey to the African Moon'. 그래서 디스트릭트가 만든 미디어 아트 영상엔 달과 일식 장면들이 등장한다.

기획이 성공을 거두자 각 파트를 맡은 예술가들의 공연은 더욱 빛이 난다.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과 '필하모니아 코리아', 떠오르는 더블베이시스트 성미경, 이화여대 성악과 신지화 교수, 마임이스트 김종학과 현대무용가 김수정 등은 콘서트에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하며 몸소 나눔을 실천한다.

디자이너 이광희가 작업한 패션모델들의 의상은 아프리카의 사막과 하늘, 건물과 어우러지며 아프리카로의 여행을 성사시킨다.

도시예술의 첨단이던 무채색의 미디어 아트는 이런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리듬과 무늬, 사막의 건조함과 만나 공간 초월의 예술로 거듭났다. 아트믹스(Art Mix)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진일보한 희망고의 정신은 이를 통해 관객의 머리와 마음을 동시에 움직이며 아프리카에의 관심을 제대로 환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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