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yZ City전] 욕망의 z축, x, y축 희생 강요… 10명의 사진작가 1970년~현재 도시 해부

최원준, 방어선 #4, 의정부, 2007
도시는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신체적으로, 실존적으로, 감각적으로 우리의 삶을 붙들고 간여한다. 그렇다고 도시와 인간의 관계가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때론 인간을 핍박해 삶을 버겁게 하거나 욕망을 부추겨 물신을 맹신하게 만들기도 한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지하 2층 특설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 는 그러한 도시의 다면성을 심층적으로 보여준다..

계원디자인예술대학 사진예술학과 교수이자 기계비평가인 이영준 교수가 기획한 전시에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백승철, 안세권, 이득영, 이장섭, 최원준, 화덕헌 등 10명의 사진가가 기록한 도시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사진 70여 점이 걸렸다.

이 교수는 도시를 다룬 사진작가들의 작업을 봐오며 도시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공감대를 전시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엄청난 밀도로 다가오는 이 도시를 샅샅이 사진으로 기록해서 실존과 욕망의 착종을 풀어내는 살풀이를 하자는 것이죠."

안세권, 청계천에서 본 서울의 빛, 2004
전시 제목 'XyZ City'는 전시에 참여한 작품이 모두 도시라는 거대한 공간을 가로축(x)과 세로축(y)이 아닌 수직축(z)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데 착안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3차원 공간을 이루는 축은 xyz 세 개가 있는데, 한국의 도시에서는 단연 z축이 압도적이다. 오로지 수직 상승을 꿈꾸는 한국의 도시에서 x축과 y축이 만들어내는 평면 좌표는 수직으로 솟아오르는 z축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도시인들은 이런 엄청난 공간의 불균형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듯이 일을 하고 휴식을 하고 번식을 한다. (중략) 도시의 z축은 x, y축들의 희생 위에 버티고 서 있다. 오늘날의 사진가는 도시의 z축에 반응한다."

한국의 도시가 바벨탑처럼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모습은 서울에서만 아니라 부산에서, 탄광촌에서, 교회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섬을 메워 만든 신도시에서 모두 발견된다.

사진가 이득영은 헬리콥터를 타고 z축에 대응한다. 2009년 헬리콥터를 타고 촬영한 '테헤란' 등의 작업들을 재구성한 작품 '인지적 지도 그리기'를 선보인다. 경제성장과 부(富)의 상징인 강남의 아파트 풍경은 하늘에선 뚜렷하게 보이지 않으나 도시 전체가 이루고 있는 지형의 관상이 드러난다. 이를 통해 도시의 감춰진 본질을 얘기한다.

안세권은 땅 위에 펼쳐지는 z축의 횡포를 고발한다. 서울의 몰락한 주변부를 천착한 '서울, 뉴타운 풍경' 시리즈 중 월곡동 뉴타운 개발공사 현장은 재개발 주택들이 어둠 속에 낮게 깔려 있고 그 맞은편에 새로 건축된 아파트가 밝게 서 있어 대비된다. '몰락'과 '발전'이 야누스적으로 동거하는 도시를 짚었다.

차주용, 산성 #04, 2007
청계고가와 부서진 교각, 잘려나간 철근이 처참하게 드러난 청계천 복원공사 초기(2004년) 사진 또한 '몰락한 주변부'라는 반면(半面 )과 '발전의 중심'이라는 반면이 하나로 존재하는 도시의 속성을 말해준다.

변두리 경제발전의 대표작인 뉴타운사업에서 군사시설의 흔적을 담아낸 최원준의 작업도 그 연장에 있다. 콘크리트에 내재된 시대적 이념과 정치적 변화의 상징이 사라지고 대신 뉴타운이라는 새로운 욕망이 구축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을 포착한 이장섭과 차주용의 작품은 자못 진지하다. 이장섭의 서울 종로 빌딩 풍경은 거대한 빌딩과 오래된 건물, 한옥 지붕, 슬레이트 지붕이 한데 엉켜 도시의 생성과 소멸을 온전히 전한다.

작가는 서울의 도시가 전통을 계승하거나 시스템의 검증에 의한 통찰하에 탄생한 것이 아니라 욕망이 좌우한 돌연변이 같은 구조를 띠고 있다고 바라본다.

차주용은 교회 풍경 연작을 통해 십자가들의 도시를 말한다. 밤하늘에 붉게 빛나는, 도시에 즐비한 십자가가 개신교라는 특정한 종교의 상징이 아닌 맹신과 독선이 체질화된 우리 자신의 초상화라고.

이장섭, G.Nr_38 B.D17, 2010
화덕헌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대형교회를 집중적으로 담아내 '최대', '최고'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흐름을 집약적으로 암시한다. 1970년대 서울의 모습을 기록한 전민조의 작품은 z축이 다른 축들을 막 압도하기 시작한 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천 송도 신도시의 비현실적인 풍경을 포착한 백승철, 공항과 도시의 3차원 풍경을 2차원 의 기하학적 평면구도로 재구성한 유병욱, 탄광이 사라진 자리에 모텔과 관광지가 들어서는 사북을 기록한 이강우 등도 자기만의 방법으로 도시의 z축을 말한다.

도시에 관한 다양한 기록들을 볼 수 있는 전시는 12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사진가와 건축가, 종교학자 등의 전문가가 함께하는 세미나 및 아티스트 토크가 12월 4일과 11일에 열린다.


이득영, 압구정 현대_수직, 2009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