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그저 내용만으로 기억되는 법이 없다. 책을 읽던 장소, 첫 장을 넘기며 느낀 설렘, 당시 내 주변의 상황들, 그날의 기분, 불어오는 바람의 향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추억. 한 장 한 장 틈틈이 배인 그날의 향기는, 먼 훗날의 자신을 다시 오래전 그날로 되돌려 줄 것만 같다.

연극 <책, 갈피>는 대전시 은행동의 한밭서점을 배경으로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중고등학생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서점을 배경으로 한 그들의 성장일기, 그 안에는 어른이 되어가며 겪어야 했던 진통들과 사랑의 풋풋한 감정들이 한데 섞여 있다.

2008년 가을 대학로의 이음책방에서의 초연을 시작으로, 실제로 도서관과 서점에서 공연된 <책, 갈피>는 획기적인 기획으로 서점을 찾은 많은 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안겨줬다.

이번 공연 역시 서점이 극장에 들어온 공연이기보다는 극장이 서점으로 변한, 이를테면 대학로에 임시로 서점이 문을 연 공연이라 할 수 있다. 기억하고 싶은 책의 한 구절처럼, 마음속에 깊이 남을 공연이다.

11월 17일부터 2011년 2월 27일까지. 대학로 상상아트홀 블루. 02)3676-3676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