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Pages'
온 몸에 세월의 흔적을 남기는 것은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다. 빛바랜 누런 숨을 내뱉으며 책장 한켠에 기대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책들 역시, 온 몸으로 지난 시간들을 품고 있다.

존 위드먼(Jon Widman)은 종잇장 하나하나, 누렇게 변해가는 종이의 색깔, 누군가가 남긴 메모, 얼룩 등 지낸 세월을 오롯이 반영하고 있는 책의 모든 요소들을 세밀하게 재현해낸다.

책은 내용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공유된 모든 오브제들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이제는 누구의 손도 타지 않아 먼지만 쌓여가는 빛바랜 책들도 작가에 의해, 그리고 관람자들에 의해 새로운 이야기를 얼마든지 재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의 신작 시리즈 '작별 전 짧은 시간(A Short Time Before Goodbye)'은 오랜 기간 여러 지역과 나라의 고서적 판매처를 통해 직접 수집한 책들을 재배치하여 묘사해놓은 것이다.

특히 작품 는 책의 옆면을 통해 낡은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미묘한 색의 차이를 정밀하게 묘사한 것으로, 원래의 형태를 벗어나 추상적인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현재 뉴욕을 주거지로 활발하게 작업 중인 작가는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갖는 고국에서의 개인전에서 회화 11점, 새로운 시도의 사진 3점과 조각 1점 등 총 15여 점의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11월 4일부터 12월 11일까지. 갤러리 엠. 02)544-814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