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_122×127×7cm'
언제나 바람으로 가득한 길이다. 꿈으로 충만한 길목의 저 너머엔 아른거리는 이상이 손짓하고, 현실 속의 인간은 끝도 없이 이어진 그 길 위를 하루하루 내딛을 뿐이다.

작가 한지선은 나무를 이용하여 계단이나 잎사귀를 만들고, 그 위에 계단의 단면, 건물 외벽, 그림자 등을 그려 넣는다. 평면과 입체를 오가는 이 작업은 회화이자 부조이고, 또한 설치다.

허상으로서 화면에 자리했던 그림은, 길을 타고 입체로 자리하며 실재하게 된다. 마치 공중에 매달린 거미처럼, 신도 아닌 동물도 아닌 인간이란 존재가 걷고 있는 길을 상징하는 듯하다.

현실의 늪을 빠져나와 언제나 이상에 가닿고자 하는 인간. 그 욕망을 오롯이 담고 있는 길은 언제나 신의 세계로 뻗어 있지만, 엄연히 끝이 존재하는 길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길' 위를 감싸고 있는 푸른 잎사귀이다. 이러한 식물 이미지는 수직으로 솟아있는 딱딱하고 거친 건축물을 유려함, 부드러운 에너지, 생명력, 희망과 꿈 등으로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팍팍한 도시의 마천루 속에서 보다 자연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와 호흡을 꿈꾸는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길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꿈을 이야기하고, 작품 안에 새로운 시공간을 제시하며 그만의 독특한 예술관을 드러내 보인다.

12월 1일부터 12월 6일까지. 갤러리 그림손. 02)733-1045~6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