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부터의 탈피를 꿈꾸며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그래서 더욱 자유롭고, 낡은 일상이 건네지 못했던 흥미로움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오히려 여행을 통해 가슴 속의 묵직한 그 무언가를 얻어오기도 한다.

이는 여행이 결국, 현실의 연장선상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현실을 더욱 묵직하게 살아내기 위해, 우리는 여행 가방 안에 약간의 일상만을 챙긴 채 또 다른 일상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작가는 '여행 가방'이란 소재를 통해 그 안에 내재된 일상,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리얼한 현실의 무게, 꿈과 욕망 등을 들여다 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Suitcase window' 연작을 선보인다. 언제든지 들고 떠나기만 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거란 기대는 그 안에 펼쳐진 현실의 세계로 인해 발을 뗄 수 없게 만든다.

'Suitcast window 1'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가방 속 작가의 작업실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미니어처로 만든 가상의 세계를 담아낸 가방 작품 외에 공간 설치 작품, 사진과 영상 작품 등 최근작 16점을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2007년 이후 오랜만에 갖는 차민영의 국내 개인전이다.

11월 11일부터 12월 23일까지. 갤러리 잔다리. 02)323-415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