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apsody in Blue #3'
존재가 형태를 드러내기 전, 최초로 화면 위에 던져진 점 하나, 선 한 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작가는 지금껏 이 점과 선의 충실한 심부름꾼이 되어, 허공 위에 불안하게 발버둥치는 그들의 공간적 불안정성을 극복시켜왔다.

지난날, 대상에 내재된 개념과 미적 진실을 모색하는 것이 예술가의 숙명이자 사명이라 여겼던 그는, 오히려 그 자체가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요소라는 것을 깨닫고 차츰 화면 위의 대상을 지워 나갔다.

그는 이미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라, 존재로의 과정을 기록하는 데에서 진정한 예술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다. 또한 대상의 도입 대신, 자신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스스로를 대상화시켰다. 그에게 최초의 점과 선이 만들어낸 풍경이나 사람, 구상과 비구상의 정의는 무의미하기만 하다.

예술을 구속하는 모든 의미가 무의미해졌듯, 그는 반대로 무의미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창조해낸다. 그럼으로써 아무 것도 아닌 것을 특별하게 만들고, 그 안에서 진실을 찾아낸다.

"이미 존재가 있었기에 이러한 조형의 이치를 따질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조형의 이치로 말미암아 물리적 조형의 존재가 창조된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구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김의규 작가의 전시는 진정한 진선미의 세계, 내면의 모습을 대면케 할 것이다.

11월 25일부터 12월 15일까지. 갤러리 팔레 드 서울. 02)730-7707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