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자끄 상뻬 특별전] 아시아 첫 전시… 원화 비롯 소묘ㆍ수채화 220여 점 공개
늘 외롭던 마르슬랭에게 친구가 한 명 생겼다. 바이올린을 켤 때조차 재채기하는 르네 라토. 얼굴이 빨개지는 소년과 재채기를 달고 사는 소년은 금세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르네가 전학을 가면서 둘의 우정은 애틋한 추억이 되지만 소년에서 성인으로 점프컷한 그들은 길에서 우연히 재회한다. 몸은 자랐지만 서로를 알아보는 방식은 예전 그대로다.
누구에게나 있는 콤플렉스로 아름다운 동화를 완성해내는 이는 프랑스 태생의 일러스트레이터 다. 우리에겐 <꼬마 니콜라>와 <좀머 씨 이야기>의 삽화가로 잘 알려져 있는 작가이다.
특히, <꼬마 니콜라>는 1959년에 출판된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지난 50여 년간 30개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에서 2000만 부의 판매를 기록했다. 상뻬의 작품집 역시 한국에서만 300만 부 이상 팔렸다.
그러면서도 지극히 소소하고 소박한 소재로 감동적인 이야기를 지어낼 줄 아는 그에게선 이웃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애정 또한 묻어난다.
수채화로 보는 이의 마음에 맑고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는 의 일러스트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 파리 시청에서 '꼬마 니콜라 50주년'을 기념해 <꼬마 니콜라> 전시가 대대적으로 열린 이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전시다.
고양 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12월 21일부터 내년 3월 20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에는 <꼬마 니콜라> 원화를 비롯해 상뻬의 작품집 <각별한 마음>, <사치와 평온과 쾌락>, <어설픈 경쟁> 등에 삽입된 소묘화와 수채화 220여 점이 공개된다.
120여 점의 원화와 100점의 복제화, 그리고 니콜라 피규어 등의 소품이 자리한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난 는 악단의 연주자를 꿈꾸던 소년이었다. 동경하던 연주자들의 모습을 종이 위에 끄적이던 손은 어느새 세상의 다양한 풍경과 인물을 그려내고 있다. 파리의 무명 삽화가로 지내던 그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작품은 잘 알려졌듯 <꼬마 니콜라>였다.
이후 프랑스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그는 프랑스 그래픽 미술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신이 글과 그림을 모두 쓴 작품집이 30여 종에 이르고 이 중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는 한국의 중학교 3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다.
상뻬를 향한 프랑스 언론의 찬사 역시 뜨겁다. "이 80점의 새로운 스케치들은 상뻬의 그림이 왜 시간을 뛰어넘는 작품인지 묵묵히 알리고 있다. 한데 모인 그림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우수에 차 있다. 상뻬 씨, 부디 계속 그려 주시길!" (르 몽드 계열의 문화매거진 <텔레라마>)
"해를 거듭할수록 깊어지는 씁쓸하면서도 예리한 시선,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낸 스케치. 그 가운데 상뻬 특유의 순수함이 빛난다"(유력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
프랑스 갤러리 측이 이번을 마지막으로 <꼬마 니콜라> 원화를 더 이상 반출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번 특별전은 <꼬마 니콜라> 원화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