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ve-now here_mixed media on canvas_2010_80.3×116.8cm'
빈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우주만물의 에너지를 담아내는 박다원 작가의 11번째 개인전. 그에게 있어 텅 빈 공간을 가로지르는 즉발적인 선은 고요 속의 생동이며, 자유 그 자체다. 그는 보다 우주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본다.

그는 사물의 근본인 빛과 에너지의 파장을 관찰함으로써 비로소 세계를 이해한다. 그에게 있어 빛과 에너지의 파장은 우주의 근본에 가닿는 길이며, 그것의 한 과정으로서 캔버스 위에 붓의 파장을 담아내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붓질은 최대의 간결함으로 모든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이는 만물이 탄생하기 전에 '無'와 '空'의 상태처럼 고요 속에 잠재된 무한한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이토록 단숨에 그려낸 그의 간결한 붓질은, 그러나 그 속에 얼마나 오랜 사색과 번뇌가 있었는지 헤아려보게 한다. 그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마치 수행을 하듯,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다.

마음을 온전히 비운 상태, 인간의 번뇌와 시름이 말끔히 지워진 상태에서야 비로소 붓을 들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붓질은 그저 파장으로서만이 아닌, 그 파장의 흔적으로 말미암아 끝없이 공명하고 있다. 그 조용한 울림이 얼마나 큰 에너지로 마음속을 울렁이고 요동치는지, 선 하나에 내재된 수많은 과정들이 가슴 속에 파장을 일으킨다.

이러한 붓의 공명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지금, 이 공간을 이해하며 나아가 우주의 진리를 헤아려볼 수 있을 것이다. 12월 9일부터 12월 23일까지. 진화랑. 02)738-757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