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night'
잠 못 드는 도시의 밤, 어디선가 왁자하게 벌어지고 있는 회식 현장을 떠올려 본다. 그 누가 화합을 위한 회식이라 했던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의 장이 테이블 위에서 '동물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자리를 옮기며 1차, 2차, 3차가 이어지고 시간이 갈수록 의미 없는 시끄러운 웃음소리와 논쟁들이 새벽의 청명한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그들이 떠나버린 뒷자리에 남은 가열찬 배설과 탐욕스런 포식의 뒤끝은 마치 오물처럼 테이블 위에 쓰러져 있다.

작가는 적나라할 정도로 이 모든 것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그 위에 물감을 뿌리고, 붓질을 가하며 그 안에 공허하게 떠돌던 감정의 실체를 드러낸다. 그 속엔 인간의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감정의 덩어리가 휘몰아쳐 있다.

테이블 위로 오갔던 정리되지 않은 감정의 소용돌이와 술과 함께 들끓던 인간의 욕망이 테이블 위의 오물과 뒤섞여 그저 버려진 것이다. 다시 말끔히 치워질 테이블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인간은 끝없이 감정의 오물을 토해낼 것이다.

OCI미술관은 2010공모 선정 작가 김진기의 '회식 릴레이' 연작을 선보인다. 이는 2009년의 '모듬 회식' 연작에서 발전된 것으로, 앞서 언급했던 한국의 회식문화를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다.

여기에 페인트, 아크릴 물감, 페이스트 등의 다양한 질감을 이용하여 관능적인 칼라를 입히고 욕망이 쓸고 간 흔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는 도시의 뒤태.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얼굴이다. 12월 1일부터 12월 21일까지. OCI미술관. 02)734-044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